악취·소음 잇단 민원으로 서식지 점점 사라져

"대전 서구 남선공원에 갑자기 몰려든 수 백마리 백로무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최근 남선공원 소나무 숲에는 백로들이 흰 날개를 저으며 비행을 하면서 일대 숲을 하얗게 덮고 있다. 이 곳에는 왜가리, 쇠백로, 중·대백로, 해오라기 등 백로류 400-500여 마리가 숲에 둥지를 틀고 집단 서식하고 있다. 현재 번식기다 보니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백로는 긴 부리와 목, 다리를 가진 물새로, 논이나 하천 근처 소나무나 참나무 숲에서 집단으로 번식한다. 특히 여름철새인 백로는 3월부터 9월 말까지 서식하다 가을이 오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난다. 일부 백로들은 하천이 얼지 않아 먹이 확보가 가능하면 그대로 겨울을 나기도 한다.

남선공원 주변은 소나무 등 교목이 어우러져 숲이 형성돼 백로무리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유등천이 내려다 보여 물고기나 양서류 등 먹이활동이 가능해 백로들이 새 서식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도심 속 백로 집단 번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0년대 초반 백로무리는 카이스트(KAIST) 내 소나무가 밀집해 있는 어은동산에서 집단 서식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나무가 고사하면서 학교측에서 벌목 등 정비에 나서자 지난 해 충남대 인근 궁동근린공원 소나무 숲으로 1000여 마리의 백로가 번식지를 옮겼다.

하지만 도심 내 주민거주지역 가까운 곳에 백로류가 서식하면서 불편을 느낀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이후 유성구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공원수목정비사업 일환이라며 궁동근린공원의 나무 가지치기 등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궁동근린공원 소나무숲 나무가지치기로 서식지가 없어지면서 최근 백로무리가 남선공원 일대로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선공원 일대는 백로 어미들이 잡아온 물고기들의 비린내와 새끼들의 배설물 냄새가 섞여 진동하는 데다 새끼들이 24시간 내내 먹이를 달라는 소리를 질러대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 서 모(53)씨는 "평소 고약한 냄새도 문제지만 비가 올 때면 조류 특유의 냄새가 더 심해진다"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소리가 맹수가 울부짖는 소리와 흡사해 기분이 나쁘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백인환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원은 "궁동지역 서식지의 나무를 제거했기 때문에 백로무리가 남선공원으로 옮긴 것 같다. 이 곳에서도 서식지를 제거하면 백로무리는 동구나 중구, 대덕구 등의 숲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다"며 "무조건 백로무리의 이동을 유도하기 보다는 생태적 측면에선 보호도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과의 설득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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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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