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하늘의 슬픈 눈물 같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봄비 소식 막바지 산불 걱정도 쉬게 해주고, 물오른 나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련만 이 비만큼은 좋은 기상 조건이 유지 돼야 하는 진도 바다를 보며 소식을 기다리다 지친 수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춥고 시릴까 싶어 가슴이 오므라드는 듯합니다. 그 어떤 것들이 위로와 힘이 될까 수없이 생각하지만, 번번이 자신이 없어집니다.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문득문득 일손을 놓고 멍해지기도 하고, 작은 소식 하나에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곤 합니다.

그래서 섣부른 위로도 그 어떤 이야기도 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전 알고 있는 것이 숲과 그 숲에 살고 있는 식물들이어서 조심스럽게 제가 가진 나무 아래서의 치유를 권해 봅니다.

숲에 가면 막연히 좋은 공기, 건강한 체력, 마음의 평화를 얻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원인 물질의 하나가 피톤치드로 식물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이 물질이 가득한 숲에서 마음껏 접촉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하였습니다. 이젠 치유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마음도 머리도 엉클어져 가다듬을 수 없을 때, 잠시 나무들이 서 있는 숲길을 거닐어 보십시오. 숲길이 어려우면 신록이 한창인 큰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발길을 멈추고 마음을 열어 눈길을 두어 보십시오. 천천히 천천히 오감을 열어 숲길을 걸어 보십시오. 걸음걸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몸과 마음 모두가 치유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어 한결 부드러워진 숲의 햇살을 받으며, 혹은 짙푸른 녹색의 그늘을 지나며 생명으로 반짝이는 잎새를 만나며, 선뜻선뜻 스며드는 상쾌한 숲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숲에 머무노라면 생명의 기운은 충만해지고 눌렸던 마음의 응어리들이 조금은 말랑해지고, 눌렸던 삶의 무게는 좀 줄어들고 더불어 따듯한 마음이 스며들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숲이 나를 치유한 것입니다. 숲의 위로가 우리 모두의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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