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수장의 소회와 소망 염홍철 시장

대담=송연순 사회부장

염홍철 대전시장은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세 번의 시장직을 역임해 대전 발전을 위해일했고 일궈냈다. 특히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형 현안은 시민사회와의 협력·소통을 우선에 두고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엇갈리는 평가는 포용하고, 시정 운영에 앞서 적극 검토했다는 평가가 따르는 이유다. 6·4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둔 지난해 8월에는 "지역의 큰 어른으로 남고싶다"며 일찍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직 시장의 선거 불출마는 대전 정치지형에서 처음이다. 염 시장은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인터뷰에서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차기 시장에 대해 바라는 점은 솔직하게 밝혔고 대전시정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10년간 대전시장을 맡고 오는 6월말 물러나는 염홍철 시장의 소회를 들어봤다.

-지난해 8월 시장선거 불출마 선언을 일찍 했다.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시장 선거 불출마는 민선 5기 시장 취임 때 결심했다. 당시 가족들과 미리 상의를 했다. 이유는 관선을 포함해서 시장직을 세 번이나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한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임기 약 1년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무엇보다 예측가능한 정치적 관행을 만들고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또 하나는 선거 구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 선거구도의 상수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으며 당시 여론조사를 하면 높게 나오는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 때 결심을 하는 것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현직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대전 선거 사상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최근 일부에서 강창희 국회의장과 염홍철 대전시장의 마음이 한 예비후보로 가있다는 강심과 염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왕정치` 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왕 또는 염심, 강심을 주장하는 건 고도의 `정치적 공작`이었다. 아무 실체와 근거가 없음에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차단하고 저나 강의장을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강 의장이나 저는 특정 후보 공천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언론에 흘리고 나중에는 그 언론 보도를 근거로 유포시켜 확대·재생산했다. 상왕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말이다. 시장을 하지 않으려고 불출마를 결심한 사람이 왜 시정에 관여하나. 강창희 의장도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인데 무슨 미련이 있다고 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나. 시민의 선택으로 시장에 당선된 사람이 어떤 개인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가 자기부상열차`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장후보들은 이견을 내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나.

"시민단체는 도시철도 2호선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시민 대다수가 도시철도 2호선을 찬성하는 분위기에서 시민단체는 도시철도 2호선 자체를 반대하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노면방식에 대한 확실한 찬성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고가방식의 단점만 부각시키며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 의견을 대다수 시민 의견과 같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네 분 중 두 분은 민선 5기 내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번 시의 결정에 대해서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또 한 분은 재정 형편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한 분만 민선 6기로 결정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노선이나 건설방식을 변경하려면 용역부터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최소 4년이 걸린다. 새로운 임기 내에 정부 승인을 받을 수도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만일 통상 4년 이상 걸리는 절대 시간을 줄이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졸속이고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는 방법이라 본다. 도시철도 2호선 고가 자기부상열차는 시민적 공감이 이뤄졌다고 본다. 노선방식(오송)과 고가방식(인천)을 견학한 시민들은 86대 6으로 고가방식을 선호했고, 고가방식(대구)을 견학한 시민들은 93대7로 미관상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엑스포재창조 사업의 핵심인 사이언스콤플렉스 민간사업자 선정을 늦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이언스 콤플렉스 사업은 계획된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업체 선정은 민선 6기로 넘기는 것이 상식과 순리라고 생각한다. 사업자를 한 두 달 늦게 선정하는 것이 사업자체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모기간을 한 달이라도 더 늘림으로써 많은 사업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계획도 더 알차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푸드&와인페스티벌` 등 민선6기에도 계속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공약을 들라면 무엇을 들고 싶은지.

"일반적으로 행정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시장이 바뀐다고 기존의 사업이 변경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시민을 위한 시정이라는 점은 자부하기 때문에 제가 추진하던 사업의 연속성을 가져가길 바란다. 그중 특별히 6기에서도 계속 진행하고 싶은 사업들은 먼저 푸드&와인 축제이며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자본 정착이다. 사회적 자본은 국민이나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금방 나타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시책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시정에서는 두 방향으로 사회적 자본을 운영할 계획인데 하나는 시민사회 역량의 강화, 그리고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연속성을 가져나갔으면 하는 건 복지만두레 활성화다. 네번째로는 시민대학의 지속적 발전, 그리고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과 도안 호수공원 조성, 마지막으로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 등이다."

-민선5기, 잘됐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제가 운이 좋고 공무원들의 열성적인 업무 추진에 힘입어 시에서 신청 한 국책사업이 거의 유치됐다. HD드라마타운, 효문화진흥원, 시청자미디어센터, 특허정보원 등이 있으며 세종시 원안 통과와 과학벨트 거점지구 유치는 대전발전의 획기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는 사업은 사회적 자본 확충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서의 대전의 역할이다. 작은 일들이기는 하지만 금요민원실, 시민참여 아침청소, 시장과 함께 아침산책 등 시민과의 직접 만남을 통한 소통과 민관 협치도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중도위에서 부결된 것인데 앞으로 수정 보완해서 재추진 할 방침을 세웠고 이미 작업에 착수 했다."

-퇴임이후 거취가 궁금한데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앞으로 대전에서 영주 할 것이다. 오는 7월에 물러나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여행이나 친지와의 사적인 교류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앞서 불출마 선언 때 말했듯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대전을 위해서는 앞에서 나서지 않겠다. 뒤에서 봉사와 참여를 통해 발전을 돕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공직을 수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제 물러나면 자유를 누리고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나에게도 속물적인 욕심을 거부하는 맑은 영혼이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싶다."

-차기 시장에 대한 소망이 있다면.

"시도지사나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물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균형적 사고와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체로 사고를 치는 고위공직자는 위 두 가지 요소의 결함에서 연유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대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 정리=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