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색작업 참여 천안출신 민간 잠수사 인터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앞 사고 해상에서 한 잠수부가 망치를 들고 사고어선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앞 사고 해상에서 한 잠수부가 망치를 들고 사고어선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류가 강하고 이물질이 많다보니 팔 길이만큼밖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많이 답답했습니다."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외곽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자 A씨(46·천안 거주)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데다, 평소보다 3배 무거운 24㎏의 납 밸트를 허리에 차고 들어갔는데도 물살이 워낙 거세 구조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천안지회 소속인 그는 지난 18일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잠수가 가능한 회원 5명과 함께 진도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사고 현장에서 맡은 역할은 사고지점 외곽 수색작업과 장애물 제거, 수색줄을 연결하는 작업 등이었다. 해경이 지정해준 구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이들은 잠수 명령이 떨어지면 뿌연 바닷물과 최소 1시간 가량 사투를 벌여야 했다.

A씨는 "공기통 2개를 메고 내려가는데 15분, 물 속에서 25분, 다시 물 위로 올라오는데 10분이 걸렸다"며 "구조 장비가 아닌 개인 장비로 물 속에 들어가다보니 구조작업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민간 잠수부들이 현장에서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민간 잠수부들은 잠자리가 마땅치 않아 팽목항 구석에 마련된 천막에서 쪽잠을 자고 있으며, 식욕이 따라주지 않아 점심시간도 걸러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는 것. 하지만 불편함과 피로감 속에서도 한명의 생존자라도 물위로 올리고 싶어하는 잠수부들의 마음만큼은 같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고3, 중 3 딸을 두고 있는 아빠로서, 바다속 배안에서 울부짖고 있는 아이들을 꼭 내손으로 구하고 싶었다"며 "조금만 일찍 선박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선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졌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 당국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현장에 가보니 해경, 군, 안행부 등이 모두 따로 따로 움직일 뿐 명령체계의 획일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흘러가는 시간 앞에 구조 당국은 우왕좌왕하고 민간 잠수부들은 누구의 명령을 받아야 할지 난감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이번 일을 통해 안전 매뉴얼을 다시 만들어 다시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씨와 5명의 회원들은 5일간의 수색 작업을 마치고 22일 거주지인 천안으로 복귀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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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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