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드는 '地選연기론' 현실화 가능성은 새누리 정부 부실대응 악재 새정치 공천·홍보일정 빠듯 유권자도 후보검증 힘들듯 국회 합의땐 연기 가능하나 "참사 정치적 이용" 비판 우려

세월호 참사로 인한 6·4지방선거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는 공식적으론 거론자체를 하지 않고 있지만 속내는 비슷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가 불러온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능이 지방선거 표심에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심 지방선거 연기 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와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모든 정치일정이 중단돼 후보자 선정은 물론 후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연기 자체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 상황에서 지방선거 연기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연기론 배경은=새누리당은 다음달 9일 서울시장 후보자 경선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등 나머지 광역단체장에 대한 경선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서울 경선 전에 나머지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원샷 경선`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 선관위의 경선 위탁 업무가 사실상 어려워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이번 참사의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적지않다.

새정치연합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기초선거 무공천 폐지로 공천작업을 진행하던 새정치연합은 기초단체장 후보 자격심사를 끝냈지만 발표조차 못하고 있다. 또 경선 룰과 관련해서도 여론조사 100% 등 4가지 안을 내놓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경선일정까지 늦어지면서 후보자들을 홍보할 시간적 여유마저 부족하다.

이처럼 여야 공천이 늦어지면 유권자들로선 후보자들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해 자칫 묻지마 투표를 부추길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지방선거 연기론을 검토할 분위기는 마련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연기 가능성은=전문가들은 선거법의 개정이나 부칙을 적용하면 이번 선거에 한해서만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여야가 합의를 통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

대전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의 `부득이한 사유`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도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여야가 합의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결정해야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6·25 전쟁 당시에도 선거는 진행됐으며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지만 연기하지 않았다.

◇정치권 입장은=여야 각 당은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연기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기론 자체를 꺼내 드는 순간 여론의 집중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꺼내느냐에 따라 후폭풍이 거센 만큼 쉽사리 내뱉기 어렵다. 여야 누구든 먼저 연기론을 꺼내 들게 되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 다급한 쪽은 여권이다. 그대로 진행하자니 지방선거 국면이 대정부에 대한 심판론으로 뒤덮일 공산이 크고 연기하자니 후폭풍을 감내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 희생자의 49재가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3일인 것도 여권에서는 부담이다.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이 더욱 심화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경우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져 야권이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희제·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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