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등 안전사고 속출에 폐지론 재부상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수학여행 폐지론`이 다시 이슈도 떠오르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의 찬반 논란도 뜨거워 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수학여행 중 발생한 안전사고가 570여 건에 달하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아 단체 이동 및 숙박을 기본으로 한 수학여행의 방식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전국 초·중·고교에서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는 총 576건이다. 2011년 129건에서 2012년에는 231건으로 두 배 수준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216건이나 발생했다.

이 수치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받은 현황을 집계한 것으로 접수되지 않은 건까지 합산하면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잦은 안전사고와 함께 학생이나 교사가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에 이른 대형 안전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2012년에는 대전 우송중 학생들이 탄 관광버스가 강원도에서 추락해 학생과 교사 40명이 부상을 당했고 지난 해 충남 태안에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에도 부산 경남중 학생과 교직원 24명이 수학여행 중 경기 양평 국도에서 관광버스 추돌 사고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단체 수학여행에 대한 학생·교사의 만족도도 높지 않다.

대전 서구 소재 A고 교사는 "수학여행 목적지나 숙소도 새로울 것이 없고 단체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나 일정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아이들도 며칠 놀다 온다는 것 외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교사 입장에서도 수학여행으로 큰 학습효과를 얻는 것도 아니고 시설·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들 만족도도 낮은데 안전사고 부담까지 지어가며 수학여행을 떠나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이 평소 가정이나 학교 생활에서 경험하기 힘든 단체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여행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교 밖 단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경험하는 소속감이나 유대감, 협동정신 등은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반론의 이유다. 이 가운데 교사들의 인솔지도가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현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학부모·교사가 동행하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이 지난 해부터 `올리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1박 2일 캠프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고 교내 운동장에서 `뒤뜰야영` 방식으로 운영돼 호응을 얻었다. 대전의 일부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학급별로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1박 2일로 학교 밖 캠프를 진행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고 교사·학생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손미영(52)씨는 "안전사고가 워낙 자주 발생하다 보니 수학여행 같은 단체 활동에 아이를 보내기가 불안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학창시절의 단체활동이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던 것을 생각하면 철저하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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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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