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채팅앱으로 유인 폭행 후 시신 유기

경남 김해출신인 이모(25)씨와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또 다른 이모(24)씨, 허모(24)씨는 `조건 만남`을 원하는 남성들의 돈을 갈취하기로 공모했다. 이를 위해 이씨 등 3명은 이른바 `미끼`가 필요했고 결국 가출한 고향후배 양모(16)양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내세워 남성들을 꼬드겨 모텔로 유인한 뒤 양양을 내보내 덫을 놓는 이른바 `작전`도 세웠다. 양양이 있는 모텔 방을 급습해 `미성년자와 성관계` 를 빌미로 남성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낼 작정이었다. 범행 장소는 대전으로 정했고,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유성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뒤 스마트폰 채팅앱을 켜고 `조건만남`이라는 미끼를 내 걸자 대전에 거주하는 김모(47)씨가 걸려들었다.

양양은 채팅앱을 통해 지난 19일 오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모텔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양양은 계획대로 김씨와 함께 모텔 방으로 향했고, 나머지 이씨 등 3명은 미리 구입한 대포차를 타고 모텔 아래서 대기중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본인들이 `설계`한 대로 일이 처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순간 김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김씨는 양양의 미심쩍은 행동을 보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라는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 내려하는 속칭 `꽃뱀`이란 것을 알아 차린 것. 김씨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 하자 대기하고 있던 일당이 김씨를 모텔 밖으로 끌고 나와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씨를 사정 없이 때렸고, 심지어 주변에 있던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이들은 김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지자 차량에 태워 이동하면서 김씨의 시계와 현금,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이후 김씨가 의식을 잃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이날 오후 1시쯤 대전 서구 탄방동 인근 공원에 차량과 함께 버려둔 채 달아났다.

모텔 주인이 밖에서 싸우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이들을 추적해 김씨의 행방을 찾았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대전 둔산경찰은 21일 이들을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씨가 의식을 잃자 병원으로 데려갈까 고민했지만 두려운 마음에 차와 함께 그대로 두고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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