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의 날 기획 정권마다 부처 교체 흔들 정책 오락가락 사기 저하 연구환경·처우 개선 절실

과학의 달을 맞이했지만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아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공공기관 개혁 때마다 대상이 되면서 개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개선을 위한 60여 개 관련 법안은 국회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1년 넘게 낮잠을 자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바뀌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오락가락하는 등 과학기술계 홀대가 여전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금 정부의 이런 과학기술계 홀대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덕특구 내 출연연은 과학기술계 위상 저하의 단적인 예로 과학기술 전담부처의 부재를 꼽는다. 독립부처였던 과학기술부는 교육과학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후순위로 밀려났다. 교육과학부 시절엔 교육에, 미래창조과학부인 현재는 방송통신 이슈에 묻혀 정부나 국회에서 과학 기술은 뒷전이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양대산맥이었던 과기 전담부처가 정권에 따라 분리됐다 통합되는 등 부침을 보이면서 혼란은 계속됐다.

정권교체 때마다 따라다니는 거버넌스 개편도 과학기술계를 흔들었다. 지난 2011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통합 의향을 밝혔다가 출연연 전체가 통합론에 휩싸였고 결국 출연연 흔들기라는 비판과 반대 끝에 없던 일로 했다. 같은 해 말에는 지식경제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내세워 안전성평가연구소(KIT)를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연구기관 통폐합론을 내세우며 출연연 흔들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박근혜정부 출범 준비 과정에서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당시 과학기술계는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국과위의 조급한 욕심과 당시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부처 이기주의이며 출연연의 축적된 연구 인프라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부처`가 되면서 우려했던 문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루는 사안이 광범위하다 보니 실제 공감대를 이룬 과학기술 관련 법안도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다른 법안 때문에 통과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학기술 관련 법안은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의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외에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원자력안전법률 개정안`, `출연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우주개발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 등 66건이나 된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회 미방위에서 통과된 과학기술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단적으로 최근 정부 출연연 연구현장을 옥죄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대상에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제외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미래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출범시키는 통합 연구회 출범과 관련된 법안 역시 발이 묶이긴 마찬가지다.

정부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통해 다음 세대의 먹거리,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환경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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