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IA전 5.1이닝 '완벽 수문장' 맹활약

윤규진<사진>이 흔들리는 한화이글스의 불펜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8대 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를 결정지은 것은 8회 초 터진 이용규의 2타점 적시타였지만, 마지막까지 팀의 뒷문을 잠근 윤규진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이날 한화는 KIA의 에이스 홀튼을 상대로 초반부터 앞서갔지만 4회 말 동점을 허용하며 쫓기고 있었다.

한화는 전날 열린 KIA전에서도 최영환·윤근영·송창식·박정진·김혁민 등 필승조를 총동원하고도 역전패를 허용했다. 자칫 이틀 연속으로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마운드의 자멸로 승리를 헌납할 수 있는 상황. 이 순간 위기에 빠진 한화 불펜에 한줄기 희망이 등장했다. 군 제대 이후 한화에 복귀한 우완 윤규진이었다.

윤규진은 4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한 선발 케일럽 클레이에 이어 등판했다. 직전 경기까지 윤규진은 5경기 10.1이닝 동안 7실점(5자책점)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안타 9개(피홈런 2개) 사사구 4개를 허용하며 투구내용 역시 불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규진은 5.1이닝 동안 실점 없이 한화의 뒷문을 지키며 지난 2011년 6월 17일 두산전 이후 103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윤규진은 주무기인 묵직한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적절히 사용하며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탈삼진 8개를 기록하며 본인의 한경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대전고를 졸업한 윤규진은 지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순위로 지목된 유망주였다. 이후 윤규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입단 2년차인 2004년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5년에는 53경기에서 4승4패 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006년 5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군에 머물러야 했다. 윤규진은 복귀 이후 2008년 시즌 42경기 5승 2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76으로 다시 살아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제구 난조와 군입대로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군 복무를 마친 윤규진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의 역할은 추격조였다.

윤규진은 "이닝을 최대한 많이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팀이 쫓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많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며 "제대 이후 욕심이 앞서고 붕 떠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제 승리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서야하는지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도 욕심을 내지 않고 지금의 감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화 벤치는 윤규진의 부활이 빡빡한 투수 운용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민철 코치는 "이번 승리로 경기 운영능력, 제구력, 스태미나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활용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3일 정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후에는 과부하가 걸린 마운드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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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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