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30마리쯤 되는 다른 코끼리들도 3마리의 코끼리와 미스 세실의 접촉을 보고 경계심을 다소 풀었다. 할머니 코끼리는 그 무리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으며 다른 코끼리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미스 세실은 코끼리들과의 접촉을 그 정도로 하고 헤어졌다.

야생코끼리와 너무 가까이 지내는 일은 코끼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야생코끼리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풀면 밀렵꾼들이 쉽게 코끼리를 잡을 수 있었다.

따라서 밀렵단속반은 야생동물과 친해지기 전에 밀렵꾼부터 먼저 소탕하거나 추방해야만 했다. 그것이 선결 문제였다.

미스 세실은 건기가 끝나 서쪽에 갔던 코끼리, 코뿔소 등 동물들이 돌아오자 밀렵꾼들이 출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간 백인 밀렵꾼에게 협조를 하고 있던 원주민 사냥꾼들이 보아인 밀렵꾼이 현지에 들어와 원주민 사냥꾼들을 고용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 정보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늦게 산림 깊숙이 들어간 순찰대는 연기를 발견했다. 그런 곳에서 불을 피우는 사람은 밀렵꾼 외에 있을 수 없었다.

15명쯤 되는 사람들이 불을 피워놓고 영양고기를 구우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5명은 백인이고 나머지는 원주민이었는데 모두 총을 갖고 있었다.

백인의 키가 큰 것으로 봐서 보아인인 것 같았는데 모두가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밀렵꾼인 것 같으나 단속을 할 수 없었다. 밀렵꾼은 현장에서 잡거나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만 단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할 필요가 있었다. 미스 세실은 천천히 차를 그쪽으로 몰았다. 순찰차가 가까이 오자 밀렵꾼들이 놀라고 있었다. 순찰차는 최신형 군용차였고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카키색의 제복을 입고 밀렵단속원이라는 완장을 두르고 있었다. 밀렵꾼들은 그러나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젊은 백인 여인이라는 것을 보고 야유를 했다.

"이봐 예쁜 아가씨, 여기 와서 우리와 함께 한잔 하자고."

미스 세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차를 그들 옆에 갖다 댔다.

"나는 이곳 자연보호구의 관리인입니다. 불쌍한 야생동물을 마구 잡는 나쁜 사람들을 단속하는 일을 하지요."

"어떻게 단속하지요?"

"나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체포할 권한을 갖고 있지요. 반항하면 쏘아 죽일 권한도 있지요."

미스 세실의 눈이 번쩍이고 있었다. 정말 총을 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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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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