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는 그 고생을 왜 해요?"

아직도 등산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그렇다면 동정 어린 마음을 담아 그 사람을 한 번 쳐다보길 바란다. 명실상부 국민 레저로 자리잡은 등산(登山). `등산 인구 1000만 명 시대`라는 표현을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등산을 국어 사전은 `운동이나 놀이, 탐험 따위의 목적으로 산에 오름`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단순히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 속에 다양한 것 들을 품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등산을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유산소 운동인 등산은 심폐기능강화뿐만 아니라 지구력과 체력을 키워준다. 허리에도 좋으며 다이어트 효과 또한 톡톡히 볼 수 있다.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최고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바쁜 일상과 업무에 지친 마음을 멋진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며 치유할 수 있다. 또 힘들게 산 정상을 오르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목표와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협력을 통해 직장동료, 친구, 가족, 연인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자만심이 생긴다거나 거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대부분 겸손한 마음의 소유자들임을 알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라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리들 세상은 정말 작고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그 작은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하며 서로를 미워하고 질투하면서 살아왔던 것인지 자연스럽게 반성을 하게 되고 그런 반성은 삶에 대한 겸손함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또 길고 장엄하게 뻗어있는 산맥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절로 뻣뻣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등산을 꾸준히 하면 산의 맑은 공기를 통해 머리가 맑아지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보약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명산마다 품고 있는 고찰들을 경험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봄이다.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닮은 새파란 잎들이 온 산을 뒤덮고 그 사이로 활짝 핀 야생화와 철쭉들이 사람들을 미치도록 설레게 만드는 봄이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졸졸졸 계곡마다 흐르는 물소리는 어서 빨리 산으로 오라는 속삭임처럼 들린다.

우리나라는 운이 좋게도 이런 등산을 어느 나라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고 백두대간 줄기 따라 몇 천 년을 이어온 명산이 언제나 우리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산으로 떠나자. 산으로 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안전한 산행을 위한 도구들은 반드시 챙겨야겠지만 히말라야 8000m 급 봉우리를 오르는 것도 아니니 비싸고 성능 좋은 아웃도어를 입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등산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떠나자, 산으로. 당신이 산을 오르는 순간, 분명 또 다른 삶의 재미를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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