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최근 개소 건양대병원 소아재활센터 낮병동 가보니

건양대병원 소아재활센터 낮병동에서 장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빈운용 기자
건양대병원 소아재활센터 낮병동에서 장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빈운용 기자
"둘째 아이 임신 중에 건우가 합병증 수술 때문에 서울에서 수술을 받고 왔어요.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니 치료를 받던 병원의 병실이 다 차서 한달 넘게 재활을 못 받았어요. 강직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임신 중에 서울에 있는 병원 5곳을 떠돌며 치료를 받았죠."

올해 일곱 살이 된 뇌병변 1급 장애아 건우 엄마 이은미(34)씨는 수 년 동안 아픈 아이를 안고 수도권의 병원을 떠돌았다. 2009년 만 1살이던 건우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으며 사지마비 상태가 된 이후부터였다.

장애로 인해 몸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원활한 호흡을 위해서는 재활치료가 필수적이었지만 당시 대전에는 안정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마땅치 않았다. 고가의 치료비와 원정 치료로 경제적 부담도 커졌고,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다행히 건우는 최근 문을 연 건양대병원 소아재활센터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소아낮병동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소아재활센터에는 건우를 포함해 10명의 아이들이 입원해있다. 아침에 장애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입원해 물리·작업·연하치료 등 다양한 재활치료를 받은 후 오후 5-6시에 가정으로 돌아가는 소아낮병동의 경우 규칙적인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비용도 전일 입원보다 저렴해 장애가정이 선호하는 치료형태다.

문제는 이런 소아낮병동을 운영하는 지역 의료기관의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씨는 "소아낮병동에 대한 수요에 비해 지역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건양대병원의 경우 치료 기간이 6개월 정도로 다른 의료기관보다 긴 편이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갈 곳이 없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지역에서 소아낮병동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대전보람병원(15병상)과 건양대병원(10병상)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중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 충남대병원 의료재활센터(10병상)을 포함해도 동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애아동은 40명을 넘지 못한다. 반면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뇌손상과 뇌성마비 등 뇌병변 장애아동의 수는 대전에만 570여 명에 달한다.

학령기에 접어든 중증 장애아동들의 교육도 문제다. 부모들은 소아낮병동의 확대와 함께 특수학급인 병원학교가 만들어져 아이들이 최소한의 교육 기회를 제공받길 기대하고 있다. 뇌성마비로 인해 소아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군의 어머니는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나 치료 둘 중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학 전까지는 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사회성 발달 등이 걸린다"며 "병원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병원학교가 생겨 아이들이 치료와 학업 모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장애아동 지원제도의 홍보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또 다른 장애아동의 어머니는 "대전 교육청에서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순회교사 제도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며 "알고보니 유치원에 통학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도를 홍보했다고 한다. 장애 때문에 유치원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바우쳐 제도 역시 체력적으로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유치원 소속이 아니라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말 장애가 심각한 아이들이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이를 위해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해줄 복지 코디네이터제도의 확대를 요구했다. 이은미 씨는 "좋은 지원제도가 있어도 부모가 하나하나 찾아서 요구하지 않는 이상 혜택을 보기 힘들다. 최근 신규 장애진단 받으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 주는 제도가 신설됐다고 하는데 장애아동 부모들은 그런 제도조차도 모르고 사는 일이 허다하다"며 "각종 지원제도와 치료방법 등을 컨설팅해주는 코디네이터가 대형병원이나 장애인 복지관 등에 상주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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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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