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난 불상 한·일 반환 다툼 부처님 무소유 가르침 불구 치열한 소유권 분쟁은 잘못 자비 정신으로 양보·타협을 "

불교란 기본적으로 무소유를 표방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란 인연에 의해 잠시 머무르는 것일 뿐 종국적으로 내 것이란 없다는 취지이다. 하긴 나라는 생각이 근본하는 육체 역시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을 견디다 무너지는 것일 뿐인데, 한 인간이 취득한 재물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부처님이 인간세상에 오셔서 설파한 핵심은 모든 것은 인연의 취합이므로 영원한 것도 없고, 나라고 집착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행무상(모든 것은 무상하다)과 제법무아(모든 것에 나라고 집착할 것이 없다)라는 것이다.

2013년 매우 희한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무소유를 설법하신 부처님을 놓고 한일 간에 서로 자신들의 부처님이라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은 일본 대마도에서 한국인 절도단이 불상을 훔쳐서 한국으로 반입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면서 시작했다. 검찰이 압수한 두 구의 불상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국민여론이 들끓으면서 소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일본 측은 한국인 절도단이 훔쳐간 장물이므로 당연히 한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도난 피해자인 일본으로 반환해 달라고 했다. 한국 측은 원래 한국에서 제작된 문화재이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왜구에 의해 약탈된 문화재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두 구의 불상 중 특히 관음보살좌상의 원 소장처가 서산 부석사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서산 부석사와 신도들을 중심으로 반환 불가의 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법원 역시 관음사가 원 소장처인 부석사로부터 관음보살좌상을 정상적으로 취득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3년간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일본 측에서는 한국 법원이 반일감정에 기반해서 도둑들을 비호, 엄연한 장물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격앙된 발언이 시작되었다.

양측의 주장이 다 자국의 국내법과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고, 워낙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사건이라 뭐라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버리고 말았다. 일본 정권의 우경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꼬여 가는 한일관계가 부처님의 등장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만 셈이다. 나는 이번 대마도 불상으로 펼쳐진 분쟁을 보면서, 부처님의 출현이 무슨 큰 뜻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화합'과 '자비'를 기초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관음보살좌상 외에 원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은 동조여래입상이란 부처님이 한 분 더 계시다. 이 불상은 해신신사가 소장해 왔던 신라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되는데, 서산 부석사처럼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소장자를 주장하는 사람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침 지난 1월 대법원에서는 대마도 불상사건으로 구속된 절도단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도난사건의 피해자가 도난품의 환부를 요청한다면, 3개월 안에 물건을 환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두 구의 불상 중 관음보살좌상에 대해서는 가처분신청을 존중하겠지만, 동조여래입상은 사건이 종결된 만큼 형사소송법에 의해 3개월 안에 환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우선 2개의 불상 중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으로 환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문화재를 일본으로 돌려주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현행 법률상 도둑질한 장물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이 국익을 위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언제나 '불투도'(도둑질하지 말라)라는 계율을 가르쳐 왔다. 이는 남의 물건을 빼앗지 말고, 나아가 도둑질한 물건을 취득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부처님을 한일 간에 서로 내 것이라고 싸우는 모습이 여간 불경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우선적으로 동조여래입상을 반환하게 하는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결국은 '양심과 진실에 근본한 한일관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한과 갈등의 한일관계에서 '화해와 자비'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한바탕의 꿈. 그것이 혹시 이 시대 부처님이 출현하신 이유는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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