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 아빠' 오준호 KAIST 교수

KAIST 오준호 교수는 KAIST는 물론 대덕연구개발특구,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성과로 손꼽히는 휴보 아빠이자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있다. `로봇은 나의 취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로봇 뿐 아니라 직접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개발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림과 악기에도 능숙한 전형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형 인물이다. 휴보 연구실을 책임지는 수장임과 동시에 KAIST의 살림살이를 관장하는 대외부총장을 맡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휴보의 근황과 최근 IT 업계가 로봇산업계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 과학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위해 직접 제안했던 `아티스트 레지던스` 1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원래 예술과 과학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맥이 닿아있다. `art`와 `technology`는 어원이 같다. 흔히 기술수준을 일컫는 기술현황보고를 영어로 표현하면 `state of the art report`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art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 학교의 연구성과를 홍보하는 것 외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작업이 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드라마 KAIST를 떠올렸는데 당시 송지나 작가가 6개월 동안 우리 학교에 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 그래서 예술가들을 우리 학교로 직접 오게 하자는 안을 냈다. KAIST가 보다 대중에게 개방적인 분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강성모 총장님도 우리 학교가 대중과 가까워지고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졌으면 했다. 그래서 지난해 교내에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처음 해봤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상당히 좋았다. 우리는 예술가들에게 숙소와 생활비를 제공하고 학생이나 교수, 실험실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만 줬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전제도 두지 않았다. 1기 작가 3명이 활동을 끝냈는데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당장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그들의 작품 속에 과학과 KAIST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 인터뷰 직전까지 내년 치러지는 `다르파 챌린지(DARPA Robot Challenge)`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것으로 안다. 어떤 논의를 했나.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회의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시간을 헤아려보니 비행시간까지 합쳐서 55시간 밖에 안되더라. 그만큼 바쁘게 다녀왔다. 다르파 챌린지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하는 로봇 기술경연 대회인데 올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해 와 이를 논의하기 위해 다녀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로봇연구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로봇의 쓰임새와는 전혀 다른, 위험한 순간에 사람을 대신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다르파 로봇 챌린지가 생겼다. 통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여닫고 밸브를 조이는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겨룬다. 휴보가 처음 대회에 참가했을 때 기술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외부 환경에서 작동하는 데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내년에는 그 부분을 보완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지난해 8월 구글 엔디 로빈 부사장이 극비리에 KAIST를 방문해 휴보를 구입해갔다. 당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처음엔 구글에서 휴보를 두 대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휴보를 구입하면 향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을 알려줘야 했는데 미국으로 직접 방문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으로 와야만 한다고 했다. 10일 정도 소요될 거라고 했더니 재미있게도 `에이, 선수끼리`하는 반응이 왔다. 집중적으로 이틀만에 전수받기로 하고 앤디 로빈 부사장과 구글에서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제임스 쿠프너 박사 등 일행이 대전으로 왔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가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것을 전달했다. 휴보를 꼼꼼히 만져보는 것은 물론 로봇 산업계에 대한 전망도 나눴다. 학생들과 짧지만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에게도 인상적인 경험이 됐을 것이다."

- 구글은 한국 방문 이후 일본의 섀프트사등 로봇 관련 회사를 인수했다.

"휴보 연구실에서 개발한 로봇을 판매하기 위해 교수 창업 형태로 설립한 회사가 `레인보우`다. 당시 구글 앤디 로빈 일행이 이 레인보우사가 미국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있냐고 넌지시 물어왔는데 정식적인 기업인수 제안 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후 구글이 일본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개발자가 설립한 `섀프트`사를 비롯해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로봇분야 등 10여 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대부분인 구글이 로봇산업계에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미국을 방문할 일이 있어 휴보도 체크할 겸 구글을 방문했는데 많은 엔지니어들이 로봇에 대해 하나하나 공부하고 있더라. 로봇에서 미래시장의 희망을 보긴 했는데 구체적인 방향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 세계적인 IT강자들이 로봇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설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융합의 본질은 자기 밥그릇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내 영역의 한계가 와서 다른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IT 산업의 발전도 정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비단 로봇뿐 아니라 최근 우주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저탐사나 바이오분야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할 것이다. 물론 다음 시대를 먹여 살릴 대박이 어디서 터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봇 분야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로봇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본다. 자율성과 지능을 갖는 다는 점, 사람과 가상의 교류가 아닌 물리적인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미 가상공간을 넘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길 원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로봇의 외형 뿐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기술에 로봇기술에서 발전된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을 느낄 것이다."

- 많은 사람이 로봇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궁금해 한다. 전문가가 예측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한다. 언제나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단 몇 가지 방향은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로봇의 기능이 많은 분야에 침투할 것이다. 사람들이 로봇기술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에 대한 예상인데, 사람들은 당장 자신의 일을 로봇이 사람처럼 대신해주기를 바라지만 당분간 그 기술이 구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사람이 하고 있는 작업 중에서 지나치게 단순 반복적인 일들. 그런 부분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로봇기술이 접목되면서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수작업보다 품질의 표준화, 효율화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는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구분하는 일이라든지 이런 부분부터 로봇이 적용될 것이라 본다." 오정연 기자

오준호 교수는

`휴보 아빠`로 더욱 유명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을 맡았으며 2007년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 홍보대사를 지냈다. 2010년 KAIST 특훈교수로 임명됐으며 지난해 3월부터 KAIST 대외부총장직을 맡고 있다.

2004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휴머노이형 로봇 `휴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KAIST인`상과 올해의 10대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과학기술부 선정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제4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산업인의 밤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해다. 그가 개발한 로봇은 두발로 걷는 이족보행 로봇 `KHR-1`과 `KHR-2`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로봇 `휴보`, 안드로이드형 로봇 `알버트 휴보` 등이 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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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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