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 의료진·첨단장비 구축 서울에 뒤처지지 않는 대전 일부 암 완치율 오히려 높아 막연한 수도권 신뢰는 착각 "

지역의 인사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서울의 의료수준과 비교하여 대전의 의료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아마도 필자가 우리나라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의 세브란스 의료원장으로 일한 경력 때문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료수준의 차이를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 성공률과 합병증 발생률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다.

의료사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안전사고의 발생률도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예상되는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상 경험이 많은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장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료장비가 있어도 촬영영상을 잘 판독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어야 질병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우수한 의료진이 있어도 질병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장비가 없으면 의료진이 실력을 100% 발휘할 수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가지, 즉 의료진과 의료장비 면에서는 대전의 의료수준은 서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이 좋아야 안전사고와 합병증을 줄일 수가 있다. 종합병원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검사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3000명의 외래환자와 약 900명의 입원환자가 있을 경우, 한 환자당 두 가지 검사를 하고 두 가지 이상의 약 처방을 받거나 처치를 받는다면 병원에서는 1만 5600여 건의 검사나 치료가 이루어진다. 이 중에 만약 한 가지라도 잘못된다면 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수많은 안전수칙을 만들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의료기관 인증평가원을 발족하여 3년 주기로 병원을 평가하여 이러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국내 몇몇 병원은 더욱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해 국내평가보다 몇 배나 더 까다롭고 힘든 국제의료기관 평가원의 인증을 받아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고 있다. 세계 약 1%의 병원만이 국제의료기관 평가원의 인증을 받았으니 얼마나 어렵고 힘든 평가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도 작년 1월 국제의료기관 평가원의 인증을 통과했으니 환자 안전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지역의 의료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암환자의 완치율을 가늠하는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5대 암으로 알려진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 모든 암에서 미국의 평균 생존율보다 높다.

얼마 전 필자의 병원에 두통으로 방문한 환자의 뇌에서 커다란 암이 발견되었다. 신경외과 교수는 암을 제거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수술을 권유했지만 환자는 수술 성공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운 마음에 서울의 모 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교수는 처음 진료한 분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대전으로 가실 것을 권유해 머쓱해하면서 다시 돌아와 현재는 수술을 받고 완치되었다.

이 환자처럼 많은 환자들이 암에 걸리면 무작정 서울로 가는데 이는 아직도 막연하게 지역병원의 의료수준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암은 지역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면 비용도 많이 들고 가족들도 불편하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병원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 다행히 대전일보에서 우리 지역의 병원들과 함께 '병원, 아직도 서울로 가십니까?'라는 캠페인과 '지역병원 이용하기' 캠페인을 시행하여 대전과 충청지역민들도 지역병원의 의료수준을 알게 될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한다.

지역 각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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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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