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갑작스레 온 나라가 꽃 대궐이 되었습니다. 매화꽃을 시작으로 산수유가 피는 듯하더니 벚꽃으로 거리가 환해졌습니다. 양지바른 풀가에 돋아난 올망졸망 작은 꽃들도 있어요. 냉이며 꽃다지, 제비꽃들이 아장아장 곱게도 피어날 것입니다. 민들레도 그중 하나이지요. 발 아래 밟히듯 흔하고, 작지만 그저 활짝 피어난 무리만 보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환한 빛으로 밝게 만드는 친근한 우리 민들레 말입니다.

민들레는 친한 만큼 별명도 많아요. 미염둘레, 앉은뱅이, 안진방이, 문들레, 금잠채, 고체…. 한방에서는 민들레를 포공영이라고 부른답니다. 옛글에는 서당을 앉은뱅이집, 서당 훈장은 포공(蒲公)이라 했는데 서당에는 으레 앉은뱅이 즉 민들레를 심기도 했고 또 나쁜 환경을 견디어내는 인(忍), 뿌리를 잘려도 새싹이 돋는 강(剛), 꽃이 한 번에 피지 않고 차례로 피므로 예(禮), 여러 용도로 사용되니 온몸을 다 바쳐 기여한다 하여 용(用), 꽃이 많아 벌을 부르므로 덕(德),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흰 액이 젖처럼 나므로 자(慈), 약으로 이용하면 노인의 머리를 희게 하여 효(孝), 흰 액은 모든 종기에 들어 인(仁), 씨앗은 스스로의 힘으로 바람 타고 멀리 가 새로운 후대를 만드니 용(勇)의 덕(德)을 가지고 있다 하여 어린 학생들의 배움의 장소에 있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훈장이라는 것이라네요. 요즈음 우리가 자주 만나는 것은 서양 민들레이기 쉽습니다. 오랫동안 우리의 사랑을 받던 그 정겨운 토종 민들레는 점차 밀려나고 바로 서양에서 귀화한 서양 민들레가 이 땅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는 꽃 색깔이며 그 모양이 아주 비슷하지만 꽃의 아랫부분에 있는 꽃받침처럼 보이는 '총포'라고 부르는 부분이 처음부터 뒤로 젖혀져 있는 것은 서양 민들레이며, 바로 서 붙어 있는 것은 우리 민들레입니다. 희망의 새봄에, 희망을 주는 노란색 들꽃조차도 서양 것에 자리를 내어 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그것이 우리의 토종 민들레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기도 합니다. 물론 봄꽃이 다 아름답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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