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라는 단위 대신 ㎡로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한 지 벌써 6년이 넘었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평`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할 정도로 법정계량단위를 교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나 오랫동안 깊숙이 인식되어 사용되다 보니 아직도 "평당 얼마인가?"라고 묻고, 대답도 "평당 얼마"라고 흔히 말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건설업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가전매장에서 TV는 법정계량단위인 ㎝ 대신 몇 인치라고 하고, 에어컨의 용량을 말할 때도 ㎡형 대신 몇 평형이라고 하며, 금은방에서는 몇 g이라고 하지 않고 몇 돈이라고 한다.

실제 국민들이 토지, 아파트, 상가 등을 사고팔 때 평이란 단위가 크기나 규모를 이해하는 데 익숙해 왔기 때문에 ㎡를 오히려 평으로 환산해서 크기를 이해하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건축법 23조 1항에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가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사는 미터법을 사용해서 도면을 그리고 공사감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건축주가 설계비를 물어보면 설계비는 평당 얼마라고 하고 있는데 그것은 크게 잘못된 표현이며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설계비는 건축을 하려는 건축주에게 제공하는 관련 도서 작성 및 건축 관련 모든 법적, 기술적 서비스의 대가로서 단순히 평 단가로 한정해서는 안 되고, 서비스하려는 모든 노력의 기술적 수준과 설계도서의 예술적 가치까지 산출한 것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맞다.

과학도시에 사는 대전시민은 앞으로 토지 가격, 공사 가격, 건축물 가격 등등 규모 대비 금액이 궁금할 때는 "평당 얼마요?"라고 묻지 말고, "㎡당 얼마입니까?"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설계비를 물어볼 때는 "설계 작품 가격이 얼마입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최재인 대전충남 건축가협회장·신화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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