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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갈망의 계절

2014-03-26 기사
편집 2014-03-26 06:01:14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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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 삶의 원동력 '갈망' 사랑·지적 목마름 좋지만 원초적 욕구는 영혼 파괴 희망찬 간절함 품고 살길 "

30년 동안 저녁마다 오로지 텔레비전만을 보던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정말로 근사한 일을 한번 해봅시다!" 그러자 아내는 밖에서의 멋진 밤을 떠올리며 물었다. "어머나,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요?" 남편이 대답했다. "우리 소파를 서로 바꾸어 앉아 봅시다"

들려주는 이야기마다 재밌고 유익해 독자로 하여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앤소니 드 멜로의 책에 소개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부도 전에는 열렬히 사랑하여 결혼을 했겠지만 서로를 향한 갈망이 이미 사라져 지난날의 그 뜨겁던 열정의 불꽃이 꺼진 지 오랜 것 같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갈망(渴望)하는 존재이다. 이 갈망이 우리로 하여금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성취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국경을 넘기도 하고 지적인 갈망에 빠진 사람은 밤을 지새우며 연구에 매진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망이 모든 것의 시작인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갈망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하여 자신들의 생존에 관계된 것이 전부다. 이에 비하여 인간은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도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미묘하고 복잡한 갈망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성학자인 리처드 포스터는 현대인들의 주된 갈망인 돈과 섹스와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도 이 세 가지에 모아지고 있는 것을 보아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은 고상한 삶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사는 것 같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돈과 섹스와 권력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것들이 절제되거나 건전하게 승화되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추구되거나 과도하게 조장되고 있다는 데 있다.

기독교의 영성은 인간의 모든 갈망을 포기하거나 버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갈망을 정화시켜 초점을 제대로 맞추도록 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갈망은 매우 위험스러워 인간성을 해치고 영혼을 파괴하여 삶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인생 여정은 우리의 갈망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자신의 갈망을 새롭게 성찰하고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갈망하여 얻은 것이 삶의 만족을 주기보다는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영국의 문학가인 G. K. 체스터턴은 '사창가의 문을 두드리는 모든 남자는 하나님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갈망의 정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대신 쾌락과 권력과 재물로 그것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지식인이란 섹스보다 재밌는 다른 하나를 발견한 사람'이라고 했다.

갈망의 사전적 의미는 목마른 사람이 바라듯이 간절히 무엇을 바라는 것이다. 목마름이 물을 찾게 하거나 샘물을 파 물을 길러 오르게 한다. 다만 목마름의 대상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다윗은 고백하기를 "내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라고 했다. 물이 없는 광야에서 물을 찾기보다 하나님을 애타게 찾는 다윗의 갈망이 예사롭지가 않다.

계절적으로 완연한 봄이다. 봄은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온 세상이 겨울에 숨죽었던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다른 계절과 다르게 봄에만 새를 붙여 새봄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생명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담긴 듯하다. 시인 윤동주는 봄이라는 시에서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고 노래하였다. 봄이 혈관 속에 흘러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기를 동경하고 있다. 아름다운 봄날에 나를 나 되게 하는 내면의 깊은 갈망의 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김홍관 목원대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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