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며칠 전 국립수목원엔 의미 있는 나무 식구가 들어오는 경사스런 일이 있었어요. 지난 1월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인도정부가 우리 정부에 기증한 인도보리수 묘목을 인도대사가 직접 오셔서 산림청장님께 드리는 증정식을 했답니다.

이 인도보리수나무는 부처님께서 도를 깨우치신 바로 그 나무의 씨앗으로 대를 이어 키워진 나무랍니다. 인도에서 정식으로 다른 나라에 선물을 한 것은 저희가 세 번째라니 참 귀한 존재입니다. 불자들은 마치 부처님을 만나듯 이 나무를 공경하고 소중히 하는 나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에 다소 혼동이 있는 듯합니다. 부처님이 득도하신 나무는 인도보리수(학명 Ficus religiosa)로 흔히 보트리(Bo tree) 또는 피팔(peepal, pippal)이라고도 합니다. 아열대지방에 자라는 나무인데, 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큰키나무이지요.

부처님이 도를 깨우치신 나무는 물론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으며 무화과나무와 사촌쯤 되는 나무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 나무를 보리수나무로 부르며 혼동을 가져왔을까요? 고대 인도말로 모든 법을 깨우쳐 득도했다는 뜻을 가진 말이 'Bodhi(보히)'라고 한답니다.이 말을 한자로 음역해 보리(菩提)라고 표기했고 여기에 나무를 뜻하는 글자 수(樹)가 보태어져 보리수로 잘못 부르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진짜 우리 보리수나무와 구분하여 인도보리수나무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또 하나의 유명한 가짜 보리수나무가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에도 나오는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입니다. 독일어로 린덴바움이라고 하는 이 나무는 피나무의 한 종류이지요. 피나무 집안에는 찰피나무, 달피나무, 염주나무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피나무 집안은 왜 우리에게 또 다른 보리수나무가 되었을까요? 이 나무에는 동그란 열매가 많이 달리는데 이것이 바로 염주의 재료가 된다고 하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제 저희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진짜 인도보리수나무가 왔으니 잘 활착되면 많은 분들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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