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경제멘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창조 경제 같은 새 정부의 경제분야 청사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지난 19일 찾은 그의 집무실에는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언론의 전화가 빗발쳤다. 정권과 거리를 둔 채 합리적인 보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자 하는 그는 지난 박근혜 정부 1년을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질서 속에 뿌리를 내려간 시기로 판단하고 있는 듯 했다. 민생지표는 아쉬움이 있지만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고 했다. 정책의 조화로운 운용이 미숙했던 점 등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통찰과 해법을 직접 들어봤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 최근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경제를 보는 관점이 세 가지 있다. 서민의 살림살이 정도를 이야기하는 민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는 일자리, 그리고 외국의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외부 충격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큰 변화가 없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도 이어지니 당분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를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말씀하신 것 같다. 474비전(2017년 잠재성장률 4% 까지 견인, 고용률 70%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도 그 일환일 것이다. 그럼 민생은 어떠냐가 남는데 우리 연구원에서 측정한 민생지표 결과가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표상 민생 부분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언제쯤 개선되겠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2.8%를 보였다. 물가가 안정됐다는 반론을 할 수도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 고용률도 유지되는 등 긍정적인 지표를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거시지표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라는 걸 잊으면 안된다. 한 학급에 키가 아주 큰 학생이 5-6명 있으면 다른 학생들이 키가 작아도 평균치는 큰 것처럼 나온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그를 둘러싼 전자산업과 기계공업은 괜찮지만 그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에서 성장률이 2% 안되는 수준이다. 좋지 않은 징후다. 고용도 그렇다. 현재 고용이 유지되는 것은 50대와 60대 파트타이머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 고용률 절대치는 줄고 있다. 가계 소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 구조적인 현상을 봐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 일반 사람들의 생활은 좀 더 구조적으로 들어가서 보면 좋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가계부채 문제가 부담이 되는 건 확실하다. 다만 우리는 미국과 달리 DIT(총부채상환비율 제한) 등이 있어 금융기관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우리 실물경제와 밀접한 중국 상황에 주시해야 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7.5%인데 앞으로 하향세에 접어들 경우 우리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무상복지 경쟁이 재연되고 있는데.

"재정건전성과 복지, 성장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지금 경제 성장률이 2.8%인데 잠재성장률을 3.5%로 보면 그보다 못 미친다. 처음 복지공약을 세울 때는 4%를 예상하고 짰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큰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복지의 적정한 수준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1950년 칠레, 근래 그리스 등이 포퓰리즘으로 국민적 불행을 불렀다. 당장 우리는 좋지만 후손에게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집권 2년차를 평가한다면.

"현재 민생경제를 푸는 데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부동산이다. 내수가 돌려면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해 규제를 풀면서 올 초 거래가 회복되는가 싶더니 월세 대책 때문에 다시 거래가 줄었다. 정책의 타이밍을 잘못 맞춘 실수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늘지않은 상태에서는 소비도 늘기 어렵다. 젊은 사람은 소비성향이 크지만 돈이 없고 나이 드신 분들은 노후에 대한 불안함으로 소비를 줄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수 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정책 수단을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주가는 오르지 않더라도 배당금을 올리는 등 서민의 호주머니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체 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 강력한 규제혁파가 예고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 있다면.

"규제를 잡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맥을 잘 짚었다고 본다. 단 지금까지 대통령 중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사람이 없음에도 규제가 개혁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공무원에게 규제는 권력이다. 공무원과 갑을(甲乙) 관계로 엮인 사람과는 논의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사이드보다 아웃사이드의 개혁이 더 중요하다. 민간기업이나 민간 전문가 등 규제를 갖고 있는 인사이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이익과 직접 관계가 없는 아웃사이드가 주체가 돼야 한다. 또 규제개혁은 이익집단과 관련된 부분이 큰 만큼 결국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이 있다. 이 부분은 대통력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 규제개혁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풀어갈 부분에 대해 조언 해달라.

"감사원의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에서 규제가 얼마나 줄었는지 감사하라는 방식의 접근보다는 감사원의 감사방식을 어떻게 조정해나가야 공무원이 좀 더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 감사하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화두가 된 지 1년이 됐다. 여전히 개념이 모호하고 아직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원래 시간이 걸린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상품이 되고, 시장에서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경제질서는 이런 창조경제 구현에 적절치 않다. 이런 경제질서 속에서 창조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창조경제를 언급하면서 처음부터 단기간에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적어도 3-5년 이상은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분위기와 풍토, 뿌리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크게 기여한 것이다. 단 좀 더 빨리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복지예산이 100조 원을 돌파한 만큼 이 분야를 일자리와 연결시켜 볼 수도 있다. 일자리나 경제는 1년만 갖고 평가하긴 성급하다. 종합적으로 조화로운 시야를 갖고 정책이 추진되면 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정리=오정연·사진=장길문 기자

김광두 원장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을 이끈 서강학파 3세대로 불린다. 그는 1947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 제일고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화와이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경제 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별세한 서강학파 창시자 남덕우 전 총리 기념사업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경제공약 입안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등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국가미래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민간 차원의 독립적인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나 재벌, 시민단체의 돈을 받지 않는, 다수로부터 소액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년 간 독립적 싱크탱크를 표방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국가미래연구원의 정책연구 결과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3배 이상 늘었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김 원장은 "대통령 당선 이후 보상을 바라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며 연구만 하겠다는 모임에 몇 분이나 회원이 유지될까 걱정도 했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150명 이상의 회원들이 있어 헤리티지 재단이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민간 독립 싱크탱크 역할을 해볼 만하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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