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디로든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에 몸이 들썩인다. '봄바람이 분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설레고 무엇이라도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훈훈한 남풍의 위력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 행복의 소스는 다름 아닌 봄바람이 싣고 온 따스한 햇볕과 이 햇볕이 피워낸 꽃향기에 있다.

행복하다, 슬프다, 화가 난다와 같은 감정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호르몬은 피부로 느끼는 온기, 혀로 느껴지는 달콤함, 코로 느끼는 향기와 같이 오감의 영향을 받는다.

봄이 돼 저마다 다른 향을 지닌 봄꽃 내음이 바람결에 실려 오면 우리의 후각은 이 향기에 반응해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불안과 우울함을 없애고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우울했던 기분도 다시 좋아지게 만든다.

한결 따뜻해진 봄 햇살도 이 '행복 호르몬'의 공급자인데, 따라서 햇살이 비치는 창문 가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결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햇빛이 싣고 온 설렘이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면 우리 몸에서는 달콤한 봄 내음을 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이 증가한다.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호르몬 중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은 낮에는 적게 합성되고, 밤에는 많이 합성되어 밤이 왔다는 것을 알려줘 잠을 유도하는 호로몬이다. 그런데 이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합성이 되기 때문에, 햇빛을 비춰 주면 멜라토닌은 적게 합성되고 세로토닌 함량은 올라가 기분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겨울철이나 장마철 같이 우중충한 날씨를 보일 때에는 우울감이 증가하여 무기력증, 식욕감퇴, 과식증과 같은 증상이 늘어나지만 봄이 오면서 점점 늘어나는 일조량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게 되는 것이다.

행복, 따스함, 설렘, 시작으로 대표되는 계절 '봄'. 언 땅이 녹듯 굳었던 마음이 녹아 감정이 풍부해지고, 갓 피어난 새잎처럼 생기로워지며, 소담한 봄꽃처럼 건조한 일상에 향기가 감도는 계절. 따뜻한 햇살이 뜨겁게 타오르기 전에 이 작은 설렘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보는 건 어떨까?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