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미선나무는 단지 미선나무라는 한 종(種)만 특산이 아닙니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 미선나무속(屬)에 속하는데, 작은 식물 집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속 자체가 바로 특산입니다. 게다가 미선나무속엔 오직 미선나무만이 포함되었으니 참으로 특별하고도 쓸쓸한 식물 집안인 셈입니다.
미선나무라는 고운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미선(尾扇)이란 아름다운 부채란 뜻이 아니라 대나무 줄기를 잘게 쪼개어 여러 개의 가는 살을 만들고 이것을 둥글게 펴서 거기에 종이나 명주천을 붙여서 만든 둥근 부채인 미선과 이 나무의 열매가 똑같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길이 3㎝ 남짓의 앙증스런 부채이니 난쟁이 나라에서나 쓸까? 파랗게 달리기 시작할 때의 모양 자체도 보기 좋거니와 발그스름하게 익어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다운 미선의 모습 그대로랍니다.
미선나무는 서양에서는 '하얀개나리'라고 부릅니다. 개나리의 꽃보다는 작지만 똑같이 생긴 흰 꽃들이, 잎도 나기 전 줄기에 가득 달리기 때문이지요. 개나리보다 더욱 좋은 것은, 개나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을 피우며 그윽한 꽃향기가 넘쳐난다는 사실이지요. 열매 구경이 어려운 개나리와 비교하면 열매도 좋고요. 귀한 나무인 까닭에 대부분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고, 귀하다는 말에 몰래 캐어 내가서 훼손을 당하는 일도 많았지만, 국립수목원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보전하고, 증식하며 보급한 덕택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볼 수 있고, 살 수 있답니다. 자생지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진짜 우리 나무를 사랑하는 방법이랍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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