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햇살에 나른한 따스함이 가득 실려 있다. 이제 봄인가 싶어 창문을 열면 생각보다 싸늘한 바람에 흠칫 놀라 뒤로 움츠러든다. 겨울이라 하기도, 봄이라 하기도 애매한 지금, 이 밍숭밍숭한 날씨 탓에 밖으로 나가야 할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애태우며 적당한 등장의 타이밍을 셈하고 있을 봄꽃 새 잎과 순이 떠오른다.

지난 가을, 겨울이 오기 전 생육을 정지하여 추위에 얼지 않도록 내생휴면상태로 잠들어 버린 꽃눈을 깨우기 위해서는 따스한 기운을 전달할 고온이 필요한데, 기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2월과 3월의 날씨가 이들의 겨울잠을 끝내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이 시기에 일조량과 강수량이 평년과 차이를 보이거나, 개화 직전 날씨의 변덕이 있다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여 제때에 꽃망울을 터트릴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기온에 민감한 봄꽃이기에 평년보다 추위가 오래 지속된다면 봄꽃의 시기가 다소 늦어지지만 포근한 이후 찾아오는 추위는 이미 틔운 꽃망울을 얼게 해 피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평년보다 포근했던 올 겨울을 지낸 봄꽃들은 작년보다 빨리 깨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지역에 화사한 봄소식을 전할 개나리는 작년보다 3일 빠른 3월 25일쯤에, 진달래는 6일 정도 빠른 3월 27일쯤에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약 1주일 정도 뒤인 4월 1일에서 3일쯤이면 온 가지마다 피어난 샛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를 한껏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봄꽃과의 첫 만남을 놓쳤다면 다시 볼 수는 없을까? 지역별로 개화 예상일을 살펴보면 남쪽나라 제주도가 가장 빨리 3월 14일쯤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고, 광주는 20일쯤에, 강원도 춘천에서는 가장 늦은 4월 1일쯤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재촉한다고 빨리 올 리도, 막아선다고 안 올 리도 없는 '봄'이지만, '봄'을 '봄'답게 장식해줄 꽃 소식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들을 시샘하는 추위와의 한바탕 다툼에 길이 늦어질지, 따듯한 남풍을 만나 순조로운 여정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만큼은 빛 고운 봄 향기에 한껏 빠져보고 싶다.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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