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다!" 이 말에 설레었다면 소녀, 걱정이 먼저 됐다면 나이가 든 것이란다. 생각해 보니 내게도 눈을 맞이하는 감정의 삼단변화가 나타나는데, 떨어지는 눈송이를 맞이하는 설렘, 쌓여가는 눈을 보는 두려움, 도로에 갇혀버린 시간에 대한 짜증이다. 그런데 올겨울 대전에는 기억보다 눈이 적어 그리울 참인데, 강원 영동에 떨어진 눈 폭탄과 함께 그 감정은 두려움으로 폭발해버렸다. 태백산맥 넘어 1m가 넘는 그 많은 눈이 쌓이는 동안 우리 지역의 하늘은 어떻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새침한 파란빛만 띠고 있었을까.

겨울철 시베리아 대륙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서해안에 눈이 많이 올지, 동해안에 눈이 많이 올지를 예측할 수 있는데,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바다를 지나면서 머금는 수증기가 눈이 되어 내리기 때문이다.

이 찬 공기덩어리가 중국 화북지방부터 밀려 내려온다면, 서해를 지나며 눈 결정이 만들어져 서해안에 많은 눈을 뿌리지만 한반도 북쪽의 만주지방으로 위치하게 된다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 찬 공기가 동해상을 지나 동해안에 눈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눈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부딪히면서 영동지방에 집중적으로 많은 눈을 쏟아 붓는다.

여기서, 솜털 같은 눈송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쌓인 눈의 무게인데, 바다를 지나고 0℃ 부근에서 내리는 눈은 결정에 더 많은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입자 사이가 촘촘해지고 수분 함량이 높은 습설로 내리기 때문에 무게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보통 1㎡에 쌓인 10㎝의 눈을 녹이면 1㎝ 정도의 물로 변하고 그 무게는 10㎏ 정도인데, 일반 눈에 비해 습기가 많은 습설은 5㎝, 건조한 건설은 20㎝로 쌓인 눈이 녹아야 1㎝의 물이 생긴다.

여기서 바로 눈의 무게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는데, 1㎡의 면적에 건설로 내린 눈이 1m 쌓인다면 하중효과까지 더해져 75㎏ 정도지만, 습설은 그 무게가 300㎏이나 된다. 비록 우리 지역은 말끔한 하늘 아래 있지만, 순수함은 이미 묻혀버릴 만큼 너무 많이 내려버린 눈을 지켜보는 마음 또한 심란하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부디 더 이상의 피해 없이 깔끔하게 녹아 없어지길 바라본다.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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