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마동 도마국시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 끝자락. 따끈따끈한 국수를 잘하는 단골집 하나만 알고 있어도 속이 든든하기 마련이다. 소박하고 정이 가득 담긴 국수 한 그릇을 국물째 비우고 나면 그날 하루가 행복할 것만 같다. 오직 먹는 사람만을 생각하며 정(情)을 우려내고 믿음을 말아내는 국숫집. 비록 주머니가 가벼울지라도 소박한 옛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곳. 대전 서구 도마동에 위치한 '도마국시'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 잔치국수와 불고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식객들의 입맛을 붙잡고 있다. '국시'는 국수의 경상도 사투리. 이 집은 인공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무엇보다 깔금한 음식맛이 돋보인다.

단돈 3000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옛날 온국시'는 따끈따끈한 육수에 면과 고명이 올려진 채로 나온다. 국내산 밴댕이를 사용해 육수를 내는 게 특징. 보통 멸치로 육수를 내는데 반해 이 집은 밴댕이로 국물을 우려내면서 깔끔하고 깊은 국물맛을 자랑한다. 밴댕이와 함께 새우, 다시마, 미역 등 해물도 육수 재료로 쓰여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육수는 매일매일 12시간을 끓여 하루를 숙성시켜 사용한다. 면은 끓이는 과정에서 천일염을 넣어 더욱 탱글탱글하면서도 탄력있고 쫄깃한 면발을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쉽게 불지않아 먹는 내내 처음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명은 계란지단과 김 단 두 종류로 단출하면서도 소박하다. 여러 맛을 내는 다양한 고명을 올리지 않는 것은 그 만큼 본래 국물맛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고명의 맛으로 인해 국물의 맛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 몇 개월간 연구 끝에 탄생한 온국시 국물맛 그대로 손님에게 전하고픈 주인장의 배려가 묻어 있고, '참 음식'에 대한 열정이 우러난다. 온국시 국물과 면은 무한리필. 식객들은 마음대로 양껏 젓가락질을 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불쌈 온국시'는 '옛날 온국시'에 불고기가 추가된 메뉴. 국내산 암퇘지 앞다리살로 만든 불고기는 '1급 간장'으로 조리해 옛날 불고기의 감칠맛이 혀 끝에 그대로 전해진다. 불고기소스에는 간장 말고도 인삼·팔각향 등 14가지 재료가 들어가 특유의 풍미가 서려 있다. 소스를 두른 고기를 15분 정도 초벌구이해 바로바로 손님상에 내놓는다. 국수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 함께 나오는 쌈채소에 쌈을 싸먹고 뜨끈뜨끈 국물을 들이키면 배 속은 온기로 가득차며 점점 포만감이 밀려온다.

국수 육수를 넣어 끓이는 '낙지 한 마리와 순두부탕'은 대전 흑석동에서 공급받는 순두부가 들어간다. 여기에 별도로 나오는 낙지를 넣는다.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은 연신 숟가락질을 하게 만들며 어느새 이마와 콧잔등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부드러운 두부와 쫄깃한 낙지살은 오묘한 맛의 궁합을 창출해 낸다. 돼지고기와 감자를 갈아 만두처럼 작게 빚어낸 '옹심이'는 쫀득하면서도 속에서 살짝 터져나오는 감칠맛이 일품. 탕 속 중간중간 골라 건져내 씹는 맛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최두산(32) '도마국시' 대표는 "춥고 출출할 때 생각나기 마련인 게 다름아닌 국수"라며 "알뜰한 가격으로 손님들이 푸짐하게 국수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가족을 대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며 손님들이 옛날 국수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열정을 다할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옛날 온국시(잔치국수) 2900원 △불쌈 온국시 5000원 △매콤 골동면(비빔국수) 3900원 △불쌈 매콤 골동면 5500원 △낙지 한마리와 순두부탕 9000원 △돈육숙주 강남불고기(250g·2인이상 주문가능) 1인분 5500원 ☎042(522)8388 (※서구 도마1동 64-24번지) 글·사진=이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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