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산 16좌 원정대' 앞둔 엄 홍 길 대장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히말라야 8000m 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 그가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주최하는 `한국 명산 16좌 원정대` 시즌 2를 대전일보사와 함께 한다. 산에 오르며 생과 사의 고비를 숱하게 맞았지만 그때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의 도전정신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전해줬다. 산은 스승이요, 어머니라고 말하는 그는 험준한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정상 아래에서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산에 오르니 비로소 산 아래가 보이더라는 것이다. 엄홍길 휴먼재단을 만들어 지구촌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밀레 본사에서 엄 대장을 만나 근황과 산에 오르며 깨달았던 인생의 가치관,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요즘 근황은 어떤가? 얼마전 남미에 다녀왔는데.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8000㎞를 종주했다. 수평의 세계에 도전한 셈이다.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하면서 수직의 세계로 도전할 때는 정점만을 생각했는데 수평의 세계는 그동안 산을 다니면서 보지 못했던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게 해줬다. 또 잉카 문명의 발원지를 둘러보면서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최근 엄홍길 휴먼재단을 통해 네팔에서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재단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틈틈이 강연도 하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국 명산 16좌 원정대` 시즌 2를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시즌 1으로 호남지역의 16좌를 등반했다. 산행을 거듭할수록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산에 오르며 저마다 느끼는 것들이 삶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없다. 그저 그들과 함께 즐겁게 산에 오르며 참가자들이 산을 통해 인생의 목표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대전일보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성황리에 잘 될 거라 생각한다."

-산악인 엄홍길에게 있어 `산`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산이 인생의 모든 것이다. 산을 오르면서 삶의 좌표를 정하고 길을 가기 때문에 스승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 산은 한 번도 나를 받아주지 않은 적이 없기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엄홍길 휴먼재단을 통해 세계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료지원을 해주고 있다. 재단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휴먼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도 사실 산이 가르쳐준 것이다. 2007년 5월 16일에 16좌 완등을 성공하고 삶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수많은 은혜를 받은 것을 이대로 끝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산 아래의 삶을 내려다보며 그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부모의 가난을 이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순간적으로 먹을 것을 주면 그것은 그 순간으로 끝난다.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학교를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2008년 재단을 설립하고 학교를 건립하기 시작했다. 엄홍길 1호 학교를 에베레스트 4000m에 있는 곳에 지었고 현재까지 1년에 1개씩 학교를 세워나가고 있다. 오는 21일 드디어 10개 학교를 짓게 된다. 엄홍길 인생 제1의 도전은 히말라야 16좌 성공이고, 17좌는 바로 엄홍길 휴먼재단이라는 산이다. 16좌를 올라갔듯 17좌도 성공하리라고 믿는다."

-인생에 있어 기억에 남는 산행을 소개한다면.

"히말라야 16좌 봉우리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실패와 눈물과 동료의 희생을 거쳤던 산이 8091m의 안나푸르나다. 5번째 만에 성공했다. 3명의 동료를 잃었고 4번째 도전할 때 7600m 지점에서 추락하는 셰르파를 구하다가 같이 추락한 적이 있다. 그때 오른쪽 발이 부러져서 7600m에서 4500m까지 한 발로 2박 3일 동안 내려온 적이 있다. 죽음에 가까워진 시간들이었다. 대수술을 받은 뒤 앞으로 산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0개 월만에 기어코 안나푸르나에 정상에 섰다.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준 산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용기가 부족하고 쉽게 포기하며 희망을 잃고 살아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인생의 멘토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한다.

"내 경험을 비춰볼 때 8000m 급 산을 도전하면서 두려웠던 것은 산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현상들이었다. 눈사태나 낙석, 낙빙, 눈보라 등은 사전에 대비해도 언제 어디서 위기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두려움보다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함과 항상 싸우면서 나약함을 이겨냈기에 많은 정상에 오르고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사자성어 `자승최강(自勝最强)`이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강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신념과 확신을 가져라."

-산악인 엄홍길을 좋아하는 충청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린다면.

"2014년은 갑오년 청마의 해로 뜻 깊은 한 해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충청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한국의 명산 16좌를 함께 오르게 돼 너무나 행복하다. 28일 시작될 청양군 칠갑산 산행부터 16좌 등반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 정리=최신웅·사진=장길문 기자

그는 누구인가

▶ 아시아 최초로, 인류 역사상 8번째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를 완등했고, 8000m 급의 위성봉 얄룽캉을 완등했다. 마침내 2007년 5월 31일 8400m의 로체샤르의 맨 꼭대기에 서면서 세계 최초로 16좌 완등에 성공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엄 대장은 2004년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박무택, 백준호, 장민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 원정대`라는 팀을 꾸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엄 대장은 현재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를 맡아 세계 저소득층 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 한국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으며, 2001년 체육훈장 청룡장, 2001년 대한민국 산악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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