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 'Let it go'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영롱하게 빛나는 눈과 얼음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휑하니 부는 바람, 싸늘한 빙벽이 켜켜이 늘어선 추위의 나라. 실제 그곳이 있다면 어디일까? 커다란 얼음판에 조심스럽게 올라앉은 흰곰과 보타이를 맨 펭귄신사를 만날 것만 같은, 현실이면서 미지인 곳. 바로 '북극과 남극' 아닐까?

북극곰과 펭귄으로 대표되는 그곳은 소소한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얼음집인 이글루는 춥지 않을지, 에스키모인들도 감기에 걸리는지. 북극곰은 왜 남극에 갈 수 없었는지, 북극이 더 추울지, 남극이 더 추울지 다소 엉뚱한 이 질문에도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만 두고 생각하면 북부지방은 춥고, 남부지방은 덥다. 그러면 북쪽에 있는 북극이 춥고, 남극은 조금 덜 춥지 않을까? 실제로는 남극의 겨울철 최저기온은 영하 70℃까지 내려가는 반면 북극은 영하 30-40℃ 정도로 남극이 북극보다 훨씬 춥다. 그 이유는 바로 육지와 바다의 비열 차 때문인데, 북극은 지중해의 6배에 이르는 북극해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남극은 한반도의 60배에 이르는 거대한 대륙으로 그 표면의 98%가량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 따라서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바다로 이루어진 북극은 주변의 따뜻한 해류 영향까지 받아 겨울철 기온이 상대적으로 덜 낮아지지만 가열과 냉각이 쉽게 이루어지는 남극대륙은 열을 쉽게 빼앗기며 최저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렇게나 추운 극지방인데 얼음집까지 짓는다면 그 안에서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눈을 다져 만든 이글루 속은 0-5℃ 정도의 기온을 유지하는데, 이글루의 외벽에 뿌리는 물이 얼면서 방출하는 잠열이 내부의 온도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생활하는 에스키모인들은 추운 환경에서 살기에 바이러스균에 직접적으로 감염될 확률이 낮지만, 생활공간과 외부의 기온차로 인한 몸의 스트레스로 몸살이 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환경으로 나갈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사람의 손길이 채 닿지 않은 지구상의 겨울왕국. 얼마 전 기후변화 포스터에는 비키니를 입은 펭귄이 등장하였는데, 이 왕국을 지키고 있는 북극곰과 남극펭귄은 혹시 'let it be'를 흥얼거리고 있진 않을까. 서애숙<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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