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시리도록 세상을 꽁꽁 얼려버린 기세 높은 추위에 한껏 움츠러들었던 어제(4일), 달력에는 보란 듯이 '입춘'이라 새겨져 있다. 글자 그대로 봄의 시작인데, 날이 선 칼바람에 봄은 털끝조차도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아직 봄이야, 겨울이야 하는 주위의 원성이 자자하다. 진정 봄은 언제일까? 개구리가 깨어나는 그때일까, 개나리에 새싹이 돋아나는 그때일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계절의 구분은 양력상의 월로 나누는 방법이다. 3개월씩 묶어 시기적으로 3-5월은 봄, 6-8월은 여름, 9-11월은 가을, 12-이듬해 2월을 겨울로 정의하는데 이는 각 계절의 평균적인 기상 특성에 가장 적합한 달을 묶어 구분한 것이다. 따라서 보통 2월 초에 들어 있는 입춘의 경우 절기상 봄의 시작이라 하더라도, 불어오는 바람이나 추위의 정도가 봄보다는 겨울의 특성과 일치하므로 2월까지를 겨울로 보는 것이다.

절기상의 계절이란, 오랜 옛날부터 날씨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제때에 농작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24등분하였다. 따라서 절기는 입동, 입춘과 같은 계절의 시작뿐 아니라 봄비가 내리는 날, 씨 뿌리기 시작하는 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날 등 일 년 농사에 따른 세세한 시기까지도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상학적으로 계절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우리가 계절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껴지는 추위와 더위에서 가늠하듯이 기온으로 계절을 구분할 수 있다. 겨울은 통상 일평균기온이 5℃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로 보며, 반대로 봄의 시작은 일평균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정의한다. 마찬가지로 여름은 일평균기온이 20℃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을, 가을은 일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을 계절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기상, 절기상 또는 기상학적으로 '지금부터 봄입니다'라고 못 박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남는 건 우리 몸이 온도계가 아니기에 모두 같은 정도의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면, 그때가 바로 당신의 봄이 시작된 걸로, 지금 딱 정한 겁니다!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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