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멋있고 유명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작가`라고 하고, 주옥같은 선율로 마음을 흔들리게 작곡을 한 사람도 역시 `작가`라고 하는데, 정작 삶에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건축 설계자는 `작가`라고 하지 못하고 흔히 `설계사`라고 하는데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건축 설계는 건축사법 4조에 의해 건축사가 해야 하므로 `설계사`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건축사`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건축사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건축가`는 분명 `예술가`가 맞다. 그림이야 비싼 돈을 주고 샀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걸어놓지 않을 수도 있고, 좋은 음악도 듣기 싫으면 그만인데, 건축물은 싫다고 쉽게 버릴 수도 없고, 잘못된 건축물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한, 훌륭한 건축물 하나가 도시와 문화를 만들고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여서 도시의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가 없다.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인구 35만 정도 되는 중소 공업도시였는데 경제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1600억 원의 큰 사업비로 `구겐하임`미술관을 세웠고 매년 이 훌륭한 건축물을 관람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1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을 한다고 한다. 해체주의 건축가인 `프랑크 게리`의 작품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실내공간 또한 건축 공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큰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건축을 예술로 인정하고, 문화라고 생각하는 그들만의 사고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본다.

건축에서 예술을 논하기 전에 이 시대의 건축가는 진정 예술가가 되려고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위정자 역시 건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건축은 진정한 예술의 한 축이고, 건축이야말로 기술이 아닌 문화가 분명하다.

최재인 대전충남 건축가협회장·신화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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