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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설날 나이먹기와 마음먹기

2014-01-29 기사
편집 2014-01-28 20:41:40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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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구도심 공동화 현상 심화 좋고 나쁜 주거환경 따로없어 삶에 대한 태도와 인식 바꾸고 마음이 '생명의 근원' 깨달아야 "

어느 마을에 매우 지혜로운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매일 주유소 앞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그 작은 마을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떤 날은 손녀도 그와 함께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한 여행객이 나타났다. 그는 그 마을이 살기에 어떤 곳인지 확인하려는 듯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노인에게 다가와 "이 마을은 어떤 곳입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은 그 사람을 바라보며 "당신은 어떤 마을에서 오셨습니까?"라고 천천히 물었다. 그 여행객은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서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 때문에 정말 살기 싫은 곳입니다. 저는 그곳을 정말 떠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은 낯선 사람을 바라보며 "그래요, 우리 마을도 똑같답니다"라고 말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그곳을 지나가던 한 가족이 주유소에 들렀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노인에게 "이 마을은 살기 좋은 곳입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은 좀 전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에게 "당신 마을은요? 그곳은 어떤 곳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남자는 노인을 바라보며 "내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아주 가깝게 지냅니다. 이웃에게 언제나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하죠. 저는 우리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꼭 가족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대답했다. 노인은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우리 마을과 같네요"라고 말했다. 그 가족은 이 동네에서 정착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 가족이 멀어지자 손녀가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할아버지, 왜 첫 번째 사람이 왔을 때는 우리 마을이 살기에 아주 나쁜 곳이라고 하시더니 저 가족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자기 마음을 가지고 다니는 법이란다. 그 마음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도 하고 나쁜 곳을 만들기도 하지."

엘리스 그레이가 엮은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에 소개된 이 짧은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갈 때 마음먹기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지만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은 오늘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불문율이 되었다. 맹자의 어머니가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것은 당시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겠지만 요즘 우리에게는 너무나 흔하고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대전도 신도시로 인구가 썰물처럼 이동하며 구도심은 공동화가 심화돼 가고 있다. 도시의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재개발과 다양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하겠지만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바뀌지 않고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마음가짐이 더 중요함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이틀 후면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떡국을 먹으며 한 살씩 나이도 같이 먹는다. 나이를 먹는 것은 청소년에게는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연로한 분들에게는 유수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늙어감을 실감하는 것이기에 결코 반가울 수만은 없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순응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겠지만 그 세월 속에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는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몸도 20년은 실제로 젊어진다는 것을 여러 가지 실험으로 증명해 사회적인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벽에 걸린 시계는 어쩔 수 없지만 내 마음의 시계는 되돌릴 수 있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먹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매년 새해에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고 항변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것조차 포기하다면 더 절망적이지 않겠는가. 성경말씀에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네 마음을 지켜라.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설날 아침에 맛있는 떡국을 먹으며 새로운 마음 갖기를 소망해 본다.

김홍관 목원대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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