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수상한 그녀
◇ 가정의 붕괴…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은퇴 후 소일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부부는 장남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고, 딸이 이혼 후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고, 대학을 졸업한 막내가 아직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언제나 걱정이다. 아내의 생일날, 여느 때와 다르게 자식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이유는 있었다.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몇 달째 먹고 살 길을 찾고 있으며,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이 더욱 악화되고 있었던 것. 그날 밤, 인철에게 막내 인호(전광진)의 전화가 다급하게 걸려온다. 인철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린 막내 동생과 여동생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홀로 동분서주하지만 무엇 하나 수습되지 않는데….

김동현 감독은 영화 '만찬'을 통해 경제적 가치에만 휘둘려 평균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박탈감에 빠진 우리 시대 서민들의 심리적 상황을 심도 있게 보여 주려 노력한다. 이혼과 경제 기반의 붕괴로 가족의 구성력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 주며 사랑만이 우리의 존재 가치를 뚜렷하게 하고 어떤 고난에도 사랑을 지켜 나가는 자만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고 있다. 최신웅 기자

◇ 낯선 그녀에게서 '할매' 향기가 난다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 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까지 주름진 할머니에서 꽃 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 먹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는 뽀얀 피부와 날렵한 몸매의 앳된 겉모습과 달리 나이불문 반말은 기본, 입만 열면 터지는 구수한 사투리 욕으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 하는 반전 매력을 발산한 배우 심은경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심은경의 원맨쇼이기 보다는 나문희, 박인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배우와 성동일, 김슬기, 김현숙 등 명품 조연들의 연기 앙상블이 웃음 못지 않은 감동도 선사할 것이다. 설 연휴, 온 가족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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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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