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협주곡 F장조의 은은한 선율과 함께 파랑새처럼 은반에 날아들어 금빛 날갯짓을 펼치던 그날의 감동이 벌써 4년의 시간을 지나 어느덧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빙판의 가능성을 열어준 김연아의 마지막 도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이 맞물려 여느 때보다 뜨거운 이 올림픽 속 그 누구보다 차가운 두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눈'과 '얼음'이다.

'러시아'는 '추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확고하지만, 올림픽이 개최되는 '소치'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아열대기후의 도시이다.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6℃ 안팎인 온화한 도시에서 동계올림픽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소치 북동쪽에 위치한 카프카스 산맥 때문인데, 해발고도 약 5600m인 이 산은 365일 녹지 않는 만년설로 덮여 있어 설상 스포츠의 천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만년설로 충분한 눈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좋은 기록을 위한 최상의 조건으로의 가공 역시 필요하다.

스키를 타기에 가장 좋은 눈은 영하 10℃ 이하에서 내리는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가루눈'으로 설면의 저항이 적어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빠른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서 내리는 함박눈은 저항이 커져 체력 소모도 많아지고, 스키 플레이트에 눈이 달라붙어 원만한 활강이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질 좋은 눈을 제설기를 이용하여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 최적의 온도는 영상 4℃ 이하, 습도는 60-70%를 유지해야 좋은 눈이 생성된다.

우리나라 대표 종목인 쇼트트랙이나 최대 관심사인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빙상스포츠는 어느 정도의 단단함으로 얼마나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빙판인지가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된다.

빙질에 따라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는 정도인 마찰계수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빙상장의 대기 온도는 영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얼음의 온도는 영하 8℃에서 영하 2℃ 사이 정도일 때 최적의 빙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의 구슬땀이 모이고 모여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될 소치. 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시나리오가 금빛의 승전보로 막을 내리길 간절히 바라 본다. 서애숙<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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