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충남대병원서 이름 그림 그려주기 봉사

 박석신 한국화가(오른쪽)가  충남대학교병원 소아병동 로비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 '가슴에 그려주는 마음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장길문 기자
박석신 한국화가(오른쪽)가 충남대학교병원 소아병동 로비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 '가슴에 그려주는 마음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장길문 기자
"지금부터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여러분들의 이름이 어떻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변신하는 지 지켜보세요."

대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화가 박석신 작가와 김은하·김승훈·이창복 캘리그라피 작가들은 매달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재능기부 프로그램 '가슴에 그려주는 마음편지'를 진행하며 지역문화계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작가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과 부모, 그리고 병원 관계자 등이 작가들의 주변을 에워싼 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이름이 그림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광경을 연출한다. 박 작가는 두 시간정도 프로그램 진행을 계획하지만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예정보다 한, 두 시간 프로그램 진행을 연장하기 일쑤다.

박 작가가 '가슴에 그려주는 마음편지'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올해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작가들은 단순히 환자들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의 이름의 뜻과, 지금 치료받고 있는 병, 그리고 퇴원 후 하고 싶은 일 등을 물어보며 입원과 치료에 지친 환자들을 위로하고 가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한마디로 예술심리치료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이 프로그램은 환자, 보호자, 의사, 간호사 등 병원의 구성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하고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한 예술가로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한번도 재능기부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작가가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충남대병원에서 사랑 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겪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아픔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고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중환자실 등에 입원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려줄 때라고 박 작가는 말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그림편지 형식을 통해 그동안 가족들에게 못했던 말이나, 살면서 기뻤던 순간, 후회했던 순간들을 얘기할 때 작가를 비롯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 모두가 눈물바다를 이룬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는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에 대해 모두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람의 고유한 이름은 고귀한 뜻과 함께 한 사람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있는 상징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 몸과 마음이 약해진 환자들에겐 큰 희망의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와 함께 우연히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정민(40·중구 태평동·여)씨는 "올해 일곱 살인 딸아이가 방관요관역류란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많이 우울해 했는데 특별한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기쁜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충남대학교병원 사회사업팀 권지현 사회복지사도 "박 작가를 비롯한 작가들이 단순히 그림 만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보호자들의 고민들을 들으며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병원 쪽에서도 참 많은 도움이 된다"며 "지금까지 본인의 가정사, 치료과정에서의 아픔 등을 얘기하며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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