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사업 실패로 좌절감만 쌓여 무작정 찾은 센터서 배운 정비기술 우울증 날리고 새출발 기대 부푼꿈

대전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임철기(가명) 팀장.
대전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임철기(가명) 팀장.
자활,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⑦ 대전서구 행복자전거센터 팀장

"일이란 나의 즐거움이자 행복이지요."

대전 서구 자활센터 행복자전거센터의 임철기(56·가명)팀장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몇 번의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해 생긴 우울증까지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임 팀장에게 자활센터는 한줄기 빛으로 찾아왔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이라고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며 "놀 때는 어디 갈 때가 없다는 것이 매우 서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던 임 팀장은 소위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넉넉하진 않아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IMF경제 위기가 온 나라를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고 임 팀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업으로 벌었던 돈을 지인들에게 빌려 주기까지 해 임 팀장의 사업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사업의 실패 속에 임 팀장은 집 값이 비싼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내려와야 만 했다.

대전에서 재기를 꿈꾸면 음식점 등의 소규모 사업을 꾸려나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임 팀장은 "날씨 좋은 날 봄에 갈 때도 없고 남들은 다 일하는데 놀기도 싫었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사람을 보면 슬프고 답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와 아들, 딸을 두고 집에만 있는 가장의 모습은 스스로가 견디기에도 힘들었다는 것.

임 팀장은 대전에서 무엇이든 찾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사무소로 향했고 동사무소에서는 자활센터를 권했다. 그는 "지난 2009년 동사무소에 찾아갔을 때 서구 자활센터를 알려줬다"며 "그 때 자활센터에 들어가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행복자전거센터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행복자전거 센터는 폐 자전거를 수리하고 부품을 골라 내 완성품의 새 자전거를 만들어 소량의 금액을 받고 판매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상으로 전달한다. 또 자전거 수리와 무상 점검 등 자전거와 관련된 일은 대부분 도 맡아서 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행복자전거 센터 일은 임 팀장에게 큰 즐거움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기술도 배우고 출·퇴근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울증이 달아났다.

그는 자전거정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 2012년 4월부터는 사업단 반장으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행복자전거센터 사업단 소속의 12명이 앞으로 공동체나 협동조합식으로 완전히 자립하는 것이 소소한 꿈"이라며 "행복자전거 사업이 잘돼서 우리나라의 자전거 산업도 잘나갔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그는 또 "가족들이 이런 가장을 보면서도 잘 견뎌줬다"며 "아내가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텨 내 줘서 감사하고 두 아이들도 반듯하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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