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라고 하던 그 흔한 인사도 `안녕 대자보`가 붙고 나서부터는 "(뭔지 모르지만 약간은 세상에 불만이 있는데) 당신은 괜찮은가요?"라고 하는 것 같아 요즈음은 그렇게 인사하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건축에 "안녕하시냐?"고 묻는다면 건축이 내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할 정도로 정말 안녕하지 못하다. 하기는 요즘 세상에 안녕한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건축물도, 전셋값도, 건축 일거리도 안녕 못하고, 건축과 졸업생도 아주 안녕 못하다. 건축물이 수없이 많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좋은 건축물이 잘 보이지 않고, 주거 보유율이 100%가 넘는데도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어디까지 갈지 모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건축일은 도대체 어디에 다 갔는지 모르겠다. TV 연속극에서 멋있고 부유한 건축가를 보고 건축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어디에 가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 답답하기에 요즈음 건축은 정말 안녕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전 국토가 개발 붐이 불던 80~90년대는 도심 어디를 가도 많은 공사현장이 있었고, 레미콘 차량이 분주했다. 또 타워크레인이 세워지고 아파트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너도나도 새 집을 분양받는 열풍이 불었다. 강남은 새로운 빌딩들로 도시 스카이라인을 높게 만들던 그 시절은 건축이 정말 안녕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의 건축이 정말 안녕하려면 일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오늘날 정치를 하는 분들은 일자리 창출을 노래하듯이 하면서도 선거 표를 의식해서 선심성으로 나눠주는 복지정책을 최우선시하는 잘못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개발이 정책의 최우선이 될 수는 없지만, 이 어려운 시대에 복지가 모든 정책에 우선이 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태평시대라는 요나라와 순나라 시대에도 모두 안녕들 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고, `안녕들 하신가요?`라고 대자보 붙인 양반(?)은 이제 좀 안녕하신지 모르겠다.

최재인 대전충남 건축가협회장·신화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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