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출발선에서 딱 일주일만큼 달려 나왔지만 아직도 연말의 흥분과 새해의 설렘이 뒤엉켜 마음의 평정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한 해를 돌아보며 들뜬 마음을 다잡을 요량으로 지난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메모 속에는 연달아 '춥다'라는 끄적거림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지나온 한 해, 우리 맘을 움찔하게 만들었던 날씨에 대한 기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풀어내 볼까?

'북극', '제트기류'. 작년 이맘때쯤 어느 때보다 강하게 찾아온 한파 소식에 짝꿍처럼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주인공이다. 제트기류는 대기상공 극지방과 중위도 사이에서 지구를 휘감고 도는 폭이 좁은 강풍대인데, 북극이 추울수록 제트류도 강해져 북극의 찬 공기와 중위도의 공기를 섞이기 어렵게 갈라 놓는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북극이 추울수록 찬 공기가 내려오지 못해 우리나라가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는 의미인데, 따뜻한 북극과 약해진 제트류, 우리나라로 불어닥친 한파. 이 삼박자로 매서운 추위와 맞서며 어느덧 '제트류'는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여름엔 '거꾸로 장마'라는 장마의 새로운 수식이 붙여졌다.

보통 남쪽지방인 제주도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북상하는 것이 장마의 정석이라면, 2013년의 장마는 중부지방에서 시작하는 특별한 등장을 선택하였다. 이후 '반쪽 장마'로 역할을 바꿔 재등장하였는데,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이 나타나 예사롭지 않은 여름을 선사하였다.

'서해안 지진'도 가슴을 움찔하게 만드는 잊지 못할 기억 중 하나인데, 6월에서 8월에 걸친 2개월 동안 서해 앞바다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약 30회가량 발생하면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다행히도 이 지진은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2.0~3.0 수준으로 사람이 진동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2013년의 마지막 기록은 단연 '중국발 스모그', '미세먼지'로 남았는데, 이 기록은 올해까지 이어져 넘어야 할 도전이 될 것이다.

일상의 배경으로 언제나 함께하는 날씨의 기록, 2014년에는 또 어떤 단어들이 이를 수식하게 될지 기분 좋은 긴장이 감돈다. 그리고 그 수식이 '행복', '풍년', '안전'과 일맥상통하기를 바라 본다.

서애숙<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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