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4주년 연중기획> 함께하는 재능기부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재능기부`를 간명하게 전달한다.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재주나 능력을 사회의 필요한 곳에서 발휘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재능기부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떠올랐다. 재능기부가 일반화되면서 재능은 `기부((寄附)`라는 말이 갖고 있던 기존의 돈이나 물건 같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기존의 기부가 물질적인 지원을 위주로 일회성 이벤트에 가깝게 그치는 것과 달리 재능기부는 보다 지속성을 갖는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등은 재능기부를 본격화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에 시동을 걸어왔다. 기업뿐 아니라 행정기관, 교육기관이 재능기부의 제도화를 통한 활성화에 주목하는 것은 재능기부가 각 기관의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는 한 방법임과 동시에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전시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인 지역사회의 신뢰 축적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한발 앞서 재능기부를 정책화했거나 재능기부가 왕성하게 정착된 사례를 보면 원하는 사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의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도 재능기부의 일환이다. 원하는 학생에게 연구원을 개방하거나 직접 찾아가 과학교실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문지식을 나누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 이전 교육과학부 시절부터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고 활동 성과를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정책적으로 도입한 것이 배경이 됐다.
반면 재능기부 제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재능을 기부받고 싶어하는 단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보니 재능기부자를 찾아 일종의 공짜노동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재능기부가 활성화된 분야가 문화예술 쪽에 편중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 아직 재능으로 생계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억지 봉사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재능기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면 재능기부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긍정적인 보상을 통해 기부 활성화는 물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지역 복지분야의 한 관계자는 "소설가 김영하가 `재능기부가 자원봉사와 가장 다른 점은 개인의 차이를 더욱 존중하는 데 있다`고 했듯이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재능기부자가 억지 기부를 강요받지 않도록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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