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38회 변경… 대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283만원

교육은 국가의 영원한 화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온통 문제 투성이다. 정권마다 입버릇처럼 개혁은 내세우지만 돌아보면 여전히 미완성이다. 되레 실타래처럼 엉켜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결의 첫 단추는 과거와 현재의 실패 사례를 들춰 증상을 진단한 후,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처치를 서두르는 것이다. 수술 집도는 교육정책 입안자와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공동체가 맡아야 한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휘둘리면 실패의 교육정책 60년 수레바퀴의 포로가 되고 만다. 대전일보는 미래의 한국을 가꿔 나갈 교육의 지엄함을 받들고 지켜내기 위해 `교육 다시 생각해봅시다`라는 주제를 정해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놓는 마음으로 연중 캠페인을 벌여 나가고자 한다.

◇묻지마 사교육-대리만족 도구된 자녀

대한민국 교육열은 극성스럽고 유별나다. 자녀의 적성, IQ는 물론이고 가정형편도 따지지 않는다. 옹알이를 할 때부터 무조건이다. 부모는 머리가 나빠서, 아니면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공부 못했지만 자식은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장난감 대신 온갖 영어 학습 도구를 사주고, 커가면서 악기 한 두가지 레슨은 기본이다. 유치원은 한 달에 100만 원을 웃도는 영어 유치원을 선택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해외 연수는 기본이다. 형편이 허락하고 욕심이 과한 학부모는 2년, 또는 1년에 한 차례 보내기도 한다. 사교육비가 엄청나지만 막무가내다. 수영, 축구 등 주위에서 좋다고 하면 가리지 않는다.

사교육비는 가계소비의 영순위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간 20조 원 안팎에서 요지부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초중고생 1인당 연평균 사교육비가 초등학생은 262만원, 중학생 331만원,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269만원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 대전은 283만원을 기록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대전의 교육중심지인 둔산지역과 유성구 노은동 등 신도시 지역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강명순 배재대 교수는 "교육의 경쟁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사교육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며 "자녀가 대학입시에 실패해도 부모가 열패감을 느끼지 않도록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낙오자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성적 지상주의, 대리만족에 집착하는 학부모,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고집하는 그릇된 학벌 중심의 사회가 잔존하는 한 교육은 갈수록 어긋날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좀 떨어지거나 좋은 대학에 못가더라도 무시당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는 씨줄과 날줄, 그리고 베를 짜는 역할까지 오롯이 교육의 몫이다. 국가는 물론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서둘러 허약해진 교육을 바로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혼란 부르는 입시정책

입시정책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수술을 하고 1년 단위로 바뀌다 보니 이만저만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입시정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어려운 수능`으로 빚어진 학생과 학부모 불만을 해소하고 입시전문가도 알아먹을 수 없는 대학입시 전형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육개혁을 빌미로 `박근혜 교육의 꼬리표`를 붙이겠다는 심리다.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실시된 1969년 이후 개혁을 명분삼아 대학 입시 제도를 38회나 바꿨다고 한다. 여기에 수시, 정시에 표준점수, 백분위점수 등 대학마다 수능 점수 반영방법이 다른데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위해서는 성적 외에 스펙까지 관리해야 하니 교육전문가도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고질병이 된 학력 인플레

한국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가 학력 인플레다. 대학도 모자라 대학원 진학은 필수코스나 다름이 없을 정도다. 학문연구를 위한 선택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그와 무관하다. 취업이 안돼 도피성이거나 막연히 더 좋은 직장을 위한 스펙, 또는 취업 후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방대 출신이나 2·3류 대학 출신은 학력 세탁을 위해 무리하게 명문대 대학원을 진학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이용하겠다는 속셈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목원대 조은순 교수는 "고졸자 취업의 문을 넓히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학력보다는 업무능력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기업문화가 뒷받침된다면 학력인플레의 고질병은 점차 치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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