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상상으로 그리던 산타는 루돌프가 끄는 빨간 썰매를 타고 하얗게 눈이 쌓인 언덕을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오다 하늘로 두둥실 날아올라 집집마다 선물을 배달한다. 그리고 그 겨울밤 눈송이가 흩날린다.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은 그저 그런 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그날의 특별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잇 아이템'이기에 매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 크리스마스의 하늘은 얄밉게도 파란데, 그럼 과거 우리 지역의 크리스마스의 모습은 어땠을까?

시간을 거슬러 밀레니엄으로 들떠 있던 1999년으로 돌아가 보면,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눈이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설렘과 불안함을 함께했을 것이다. 이후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어졌는데 특히 2002년의 크리스마스에는 5.3cm의 적설이 기록되어 온 세상이 하얗고 포근한 눈으로 덮였었다. 하지만 이 눈을 마지막으로 2010년까지는 간간이 흩뿌리는 눈 이외에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2011년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린 눈이 25일까지 쌓여 있었으며, 작년에는 21일에 많은 눈이 내려 추운 날씨에 녹지 않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오전에 내린 눈과 더해져 5.5cm의 두툼한 솜이불을 우리 지역에 덮어줬다.

혹시, 크리스마스를 시샘한 날씨는 없었을까?

2009년의 그날은 때 아닌 황사가 찾아와 산타의 선물 배달을, 연인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방해했는데, 25일 오후부터 시작된 황사는 다음 날 새벽까지도 질투를 멈추지 않았고, 더욱이 밤 사이에는 눈도 함께 내려 눈이 와도 나가 즐길 수 없는 아쉬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기억된다.

창밖에는 송이송이 내리는 하얀 눈, 집안의 따뜻한 온기, 가족의 도란도란 나누는 즐거운 담소, 이렇게 소소한 크리스마스의 단상이 그날에 대한 즐거운 기다림을 만들어 냈듯, 비록 하얀 눈이 없더라도 나누는 마음, 새해의 희망이 그 자리를 대신해 올해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본다.

서애숙<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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