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히는 더위와 사투하던 시간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손끝이 시려올수록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사철 아름답게 즐겨온 추억이 매서운 추위 앞에 무릎을 꿇은 듯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당연한 계절의 흐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니 세상 어느 변덕쟁이가 나와 같을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23.5도로 기울어진 지구축 덕분에 생겨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위치에 따라 태양과 이루는 각도가 달라지므로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에도 차이가 생기는데, 지구가 태양의 남북으로 위치할 때는 태양이 적도 부근을 수직으로 비추고, 태양의 왼쪽에 위치하는 하지에는 북위 23.5도 부분을 수직으로 비춰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이 여름을 맞이하며, 태양의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는 동지 때는 남위 23.5도 부근을 수직으로 비춰 남반구에서 여름을 맞이한다.

우리나라는 북위 38도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지구의 위치에 따른 영향을 모두 받아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지만, 적도 부근에서는 이러한 위치 변화에도 큰 영향 없이 항상 많은 태양빛을 받기 때문에 연평균 20도 이상의 따뜻한 날씨를 보인다. 남극과 북극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있는 6개월은 겨울, 지평선 위에 위치하는 6개월은 여름이 되지만, 해양과 눈으로 덮여 있어 온도의 상승을 저지하므로 여름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의 여름과 같은 뜨거움은 느낄 수 없다.

그럼 이 겨울, 따뜻함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하와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적도 부근에 위치한 하와이도 시기상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겨울을 맞이하는데 이 시기에는 조금 차가워진 바다의 온도와 높은 낮 기온 때문에 우리나라의 겨울과 달리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 또한 365일 내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곳이라 생각하는 중남미 지역도 나라마다 다른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방은 5~10월까지 눈이 내리는 겨울 날씨를 보인다.

동그란 지구, 그 곳곳에 서로 다른 계절이 만들어져 같은 시간에 모든 계절을 즐길 수 있는 기쁨. 추위에는 더위를, 더위엔 추위를 그리워하는 세상 모든 변덕쟁이들을 위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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