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6일, 유계리 교회 승합차는 아이들의 부푼 기대감으로 인해 대전까지 거의 날아서 갔다. 그동안 유계교회 어린이도서관을 후원하기 위해 애써온 계룡문고 이동선 사장이 교회 아이들 모두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모두라고 해야 6살짜리 민지까지 합해서 12명뿐이긴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도 12명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만만하게 볼 인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아이들 하나하나는 다른 아이들 10명이 당해낼 수 없는 천방지축의 능력(?)까지 겸비한 아이들이기에 대전까지 가는 동안 웃는 녀석, 우는 녀석, 그 와중에 자는 녀석까지 그야말로 계룡문고 앞에 제대로 도착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나타났음에도 예의 느긋한 성격대로 이동선 사장은 몇몇 직원들과 함께 계룡문고 북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은 후 이어 현민원 과장님이 실감 나는 책 읽어주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동화의 세계로 이끌어 갔다. 순간 "이 아이들이 차 속에서 그렇게 들뛰던 아이들 맞나?" 싶은 착각이 들었다. 책 읽어주기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만년샤쓰' 슬라이드 상영을 마치고 이어서 갖고 싶은 책 한 권씩 골라서 가지라는 이동선 사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신바람 나게 아래층 아동코너로 달려갔다.

맛있는 점심을 푸짐하게 대접한 후 이동선 사장은 마지막 빅카드를 아이들에게 꺼내 들었다. <반지의 제왕 제3편 - 왕의 귀환>

그날 저녁 돌아가는 차 속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굶주렸던 무언가를 양껏 먹어서인지 올 때와는 전혀 다른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무표정했던 아이들의 얼굴에서 하나하나 표정이 살아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면서 인사까지 꾸벅하는 녀석도 있었다.

계룡문고 초청행사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부모님의 마음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마저 포근하게 다독여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 글쓴이 : 최00(공주시 유계교회 목사)-

벌써 10여 년이 흘렀다. 독서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날마다 나누고 싶다.

계룡문고 대표·북스타트코리아 대전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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