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걱정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제지를 미리 빼돌려 올 수 있다는 부정한 제안을 한다면 어떨까?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시험의 결과가 앞으로의 인생에 오랫동안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누구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작품 '마탄의 사수'는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래 독일의 전설은 사냥꾼 막스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가테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사냥대회에서 일등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지속되는 슬럼프에 빠져 있던 막스는 고민 끝에 악마의 힘을 빌려 마법의 탄환을 얻어 내고 그 대신에 자신의 영혼을 팔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을의 존경받는 수도사가 나타나 모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마무리되고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독일 최초의 낭만파 작곡가로 불리는 베버는 유랑극단의 책임자로 여러 곳을 돌아다녔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극장과 극장에서 공연되기 위한 작품들의 기술적 측면들을 자연스럽게 배웠고 이것이 후에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그는 베토벤처럼 하나의 통일된 음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악기들을 조합하지 않았으며, 베를리오즈가 후에 오케스트라 성부를 세분화하기 전에 이미 분할기법을 사용하여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 내었고, 목관 솔로들의 효과를 탁월하게 사용하여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2막에서 나오는 늑대의 계곡에서 마술탄환을 얻어 내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으스스한 계곡의 분위기와 악마적 존재의 음악적 표현, 주인공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긴박하고 강렬한 음악들은 베버가 없었다면 바그너의 오페라 음악도 그 시대에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서곡은 어둡고 깊은 독일의 숲 속에서 들리는 호른 소리로부터 출발해서, 막스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는 긴박한 음악, 사랑스러운 여인 아가테의 멜로디, 또 악마 자미엘의 음산한 테마 등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또 하나의 훌륭한 연주회용 서곡이기도 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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