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아홉 개의 교향곡 중 아마도 가장 적게 연주되는 곡일 것이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을 저 유명한 7번 교향곡이 완성된 이후 바로 작곡하기 시작했고 6개월 만에 완성했다. 첫 공연은 7번 교향곡이 발표된 곳과 같은 장소에서 7번 교향곡의 발표와는 두 달여의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졌는데 청중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이었고 이것은 베토벤을 매우 화나게 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가 "왜 8번 교향곡은 7번처럼 인기가 없을까요" 하고 물었을 때 베토벤은 "그건 8번 교향곡이 더 낫기 때문이야"라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베토벤은 진심으로 그의 8번 교향곡을 아꼈던 것 같은데, 당시에나 오늘날에나 이 곡을 콘서트에서 듣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이유라고 한다면 보통 베토벤 특유의 인상적인 느린 악장이 와야 할 2악장에 너무나 간략하게 쓰여진 짧은 곡이 나타나고, 3악장에는 베토벤이 거의 사용하지 않은 미뉴에트가 다시 등장하는 등 여러 관점에서 1악장의 강렬한 음악적 긴장감이 어딘지 모르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베토벤이 이 산뜻한 곡을 차라리 3악장에 배치하고 그 대신 베토벤 특유의 느리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느린 악장을 두 번째 악장에 썼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데 베토벤은 3악장에는 오히려 뜬금없는(?) 미뉴에트를 써 놓았다. 그러나 이 미뉴에트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미뉴에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상하게 배치된 악센트들이나 프레이징(phrasing)이 오히려 전통적 미뉴에트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름뿐인 미뉴에트로 혹자는 과거로의 회귀를 빙자한 진보의 메시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4악장은 빠른 속도와 거침없는 유머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빠르게 질주하는 현악기들 사이로 관악기들이 순식간에 끼어들었다가는 빠져나간다. 듣는 사람이 마음을 준비하기도 전에 예고 없는 전조는 거침없이 일어나서 음악의 방향을 잃게 만들어 놓고는 새로운 방향이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분석적으로 듣는다면 전혀 편안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마음을 열어 놓고 편안하게 듣는다면 활발하고 신나고 우스꽝스러운 유머가 들어 있는 음악으로 무대에 한 번쯤 올려보고 싶은 곡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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