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산증인을 찾아서’ 결산

2013년 최대의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 본보가 5개월여 간 기획 보도한 `창조경제의 산 증인을 찾아서` 시리즈가 지난 21일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20대에 창업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업가의 이야기부터 연구소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해 차별화된 성과를 일궈낸 기업들까지 다양한 성공사례들이 시리즈를 통해 소개됐다. 대전일보는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것을 기념해 그동안 소개됐던 19개의 벤처기업들의 이야기를 결산한다.

대전일보는 지난 7월부터 5개월여간에 걸쳐 `창조경제의 산증인을 찾아서` 시리즈를 통해 기업인들이 오랜 기간 벤처기업들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각종 애로사항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기업인들이 직접 경영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각종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들을 담아내면서 새롭게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창업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그동안 인터뷰를 진행해오면서 제기됐던 핵심쟁점들을 모아봤다.

◇중소기업간 기술·노하우 등 협업 필요=중소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 상용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본과 인력, 노하우 등에서 많은 부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융합에 있어서 중소기업들 간 협업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곳곳에서 중소기업들이 일궈놓은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중소기업간 협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이나 영업쪽에 특화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원천기술이나 특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기업도 있다. 기업인들은 자체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장점이 뚜렷한 두 기업간의 협력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청에서도 중소기업간 협업에 대해 시설비와 운영비 등을 최대 5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미디어정보기술의 임선묵 대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CEO들은 본인들의 기술을 내주는 것을 꺼리고 되도록 이면 혼자 독점하는 것을 추구한다"며 "하지만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을 접목시켜야 하는 요즘 시대에는 중소기업들 간 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차별화된 전략… 생존에 필수=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것 중 하나가 `대기업의 횡포`였다. 핵심기술을 빼앗거나 갑작스럽게 납품업체를 바꿔버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항상 고통 받는 쪽은 중소기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 선점한 시장에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얻어내는 패스트 팔로(Fast Follow) 전략도 많은 기업이 무너지는 원인이었다.

벤처기업 대표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차별화를 들었다. 대기업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원천기술의 확보, 또는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골프존, 씨아이제이, 두시텍 등의 기업은 다양한 방안을 통해 대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두시텍은 핵심 원천기술 확보로 씨아이제이는 새로운 분야의 신제품 개발과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골프존은 전국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쟁을 이겨낸 케이스다.

골프존 김영찬 회장은 "우리가 먼저 시작했더라도 대기업의 거대자본이 들어오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극복을 위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려고 IT핵심 기술을 보유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2만 3000개의 기기와 연결된 거대한 망을 깔고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 서비스 했다. 이렇게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으니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도 철수하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술보다는 아이디어다=많은 기업 대표들이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업아이디어가 그 제품의 성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기술들이 개발돼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응용해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그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각도에서 사업성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텔트론과 에스티씨, 원텍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이들 기업은 일 년에도 많게는 몇 가지씩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에스티씨 박광수 대표는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화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똑같은 제품만 계속해서 생산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동안 끊임 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제품에 접목시켰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텔트론 이재진 대표는 "중소기업들에게 `한우물을 파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우물을 파서는 혁신적인 생각이 나올 수 없다. 넓은 안목을 가지고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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