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 잘못이 있으면 엄한 아버지로부터 보호해주셨고, 가족이 늦게 들어오면 대문 밖에 앉아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셨고, 고부 갈등이 있을 땐 살며시 맏며느리인 우리 어머니를 위로해주셨단다. 돌아가시기 직전엔 영특한 작은아들(숙부님)에게 "논 팔아 가르치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과하셨다고 숙부님은 지난 추모일에 울먹이시며 말씀하셨는데 이 생각만 나면 갑자기 할아버지 생각에 울컥해진다. 할아버지께서는 황소 한 마리를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우셨는데 그런 황소가 그림책에도 많이 나온다. '황소 아저씨'(길벗어린이)는 마치 우리 할아버지처럼 마음이 늘 따뜻하고 넉넉한 것이 닮았고, '황소와 도깨비'(다림)는 황소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황소의 주인 돌쇠의 마음이 우리 할아버지 같고, '모기와 황소'(길벗어린이)의 황소는 잘 키워 미남 같은 것이 할아버지가 정성껏 키운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 참으로 반갑다.
또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로 잔잔하고 진한 감동을 나타내주는 그림책도 여럿 있다. 시골에 살다 도시의 아들네로 살러 오셔서 손자를 사랑해주시는 책인 '할아버지의 안경'(마루벌)과 조손 간 한 편의 감동 드라마 같은 '오른발 왼발'(비룡소), 늘 근심에 싸인 임금님도 웃는 임금님이 되게 만드는 '허허 할아버지'(사계절), 이 허허 할아버지는 우스갯소리도 잘하셔서 많은 이들을 웃겨주신 모습이 꼭 우리 할아버지 같다. 몇 해 전, 가족실태조사에서 우리 국민 80%가 조부모는 가족이 아니라는 통계가 나왔다. 현대사회가 낳은 아픔이지만 이런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부지런히 읽힌다면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도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계룡문고·책읽어주는아빠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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