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작곡한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 또는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이 천일야화는 6세기 페르시아의 사산왕조시대에 처음으로 모아진 이야기이고 8세기에 아랍어로 번역됐으며 이후 긴 세월을 지나며 바그다드와 카이로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가 첨가돼 15세기경 완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의 작가는 단 한 사람도 알려져 있지 않다.

천일야화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커다란 틀 속에 들어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인도와 중국까지 통치한 사산왕조의 샤푸리 야르왕은 아내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분노로 세상의 모든 여성을 증오하게 된다. 그는 신부를 맞이하는 족족 결혼한 다음 날 아침에 신부를 죽여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 나라의 한 대신에게 세헤라자데라는 어질고 착한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자진해서 왕을 섬기러 간 후 매일 밤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나머지 그녀를 죽이지 않는데 그 이야기는 무려 천 하루 밤이나 계속된다. 드디어 왕은 기존의 악행을 버리고 세헤라자데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는 신드바드라는 자가 일곱 번씩이나 인도양에 나아가 갖가지 위난을 극복한 끝에 바그다드의 부호가 되는 '바다의 신드바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작곡가 자신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각 악장이 모두 거의 동일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된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자하신 설탄 임금님, 그러면 어젯밤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세헤라자데의 말을 의미한다. 1악장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에서는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범선의 씩씩한 기상이, 2악장 카란달 왕자의 이야기에서는 탁발승이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겪는 이야기들이, 3악장 젊은 왕자와 공주에서는 두 연인의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감정이 묘사돼 있으며, 4악장에는 복잡하고 생동감 넘치는 페르시아의 시장과 범선의 항해와 난파 그리고 마무리 음악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작곡돼 있는 묘사적 음악의 대표 격으로 꼽을 수 있는 곡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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