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중·고 50여곳… 일부 급식실 겸용도 市 내년 예산삭감에 예체능 활동 차질 우려

대전지역 초·중·고교 50여 곳이 교내 다목적 체육관이 없거나 시설이 노후돼 학생들이 실내 체육활동이나 교내 행사를 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예산절감을 이유로 대전시가 지원하는 대응투자 예산을 비롯해 교육관련 시설 신축 및 개축 예산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실내 체육수업과 각종 문화 행사 등 질 높은 예체능 교육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1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관내 초·중·고교 299곳 중 체육관을 보유한 곳은 220곳이며 2개 학교가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은 22곳, 강당을 보유한 곳은 15곳 등이다. 반면 42개 학교는 여전히 체육관이 없는 상태고 체육관 및 다목적 강당이 있더라도 지은 지 20년 이상 지나 시설이 노후된 학교는 10곳에 달한다.

체육관이나 강당이 없는 학교들은 교실 2-3개를 터 다목적실로 만든 후 실내 체육수업이나 학교 행사 때 활용하고 있지만 체육 관련 시설이 없고 행사 때 필요한 방음시설 및 무대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체육수업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일부 소규모 학교는 다목적실을 급식실로도 겸용하고 있어 실내 체육활동의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교육청은 매년 10여 개 학교를 선정해 체육관을 건립하던 것을 내년에는 시설 관련 예산 삭감을 이유로 지원 학교 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예체능 교육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교육청과 대전시는 2010년부터 예산을 각각 7대 3으로 부담해 체육관 미보유 학교에 체육관 건립 예산을 지원하는 '다목적체육관 건립사업'을 추진해 왔다. 시행 첫해에는 12개 학교를 선정해 181억원을 지원했으며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매년 11개 학교를 선정해 총 45개 학교가 674억원을 지원받았다. 한 학교당 평균 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기존처럼 10여 개 학교를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불투명해졌다. 전체 예산의 30%를 부담하는 대전시가 내년도 대응투자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육복지 지원 확대로 내년도 시교육청의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이 올해 394억원의 27% 수준인 10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설립된지 많게는 40년 이상 지나 노후화가 심각한 체육관 및 강당 시설 교체도 제 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육관 미보유 학교인 대전 중구 소재 초등학교 관계자는 "기상 악화로 외부 체육활동이 어려울 때는 빈 교실 2개를 연결해서 만든 다목적실을 활용하는데 코트와 같은 체육 시설이 없어 다양한 체육활동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구조 자체가 평면으로 돼 있어 발표 행사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학생을 수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도 체육관 미보유 학교 중 10여 개 학교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시의 대응투자 예산이 삭감돼 선정된 학교 중에서도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호전된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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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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