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외반증

하이힐 중에서도 굽이 10㎝ 이상인 킬힐을 즐겨 신는 직장인 이 모(31·여)씨는 최근 본인의 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끔씩 느껴진 찌릿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이씨의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었던 것. 불안한 마음에 가까운 병원을 찾은 이씨는 `무지외반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여성들에게 하이힐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다리가 길어보이고 몸매 또한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스타일을 위해 다리가 아픈 것쯤은 감수하고 기꺼이 하이힐을 선택하지만 아름다움 속에 독이 숨어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천성 무지외반증` 진료 환자는 2만4000명에서 4만 2000명으로 7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이힐 등 높은 굽의 신발을 신는 여성 환자 수는 2009년 기준 3만6000명으로 남성 환자(5000명)의 7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여성 90%가 앓고 있는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은 한국 여성의 90%가 앓고 있는 병이다. 예전에는 중년층의 대표적인 질환이었지만 하이힐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20-30대 젊은 여성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젊은 나이부터 무지외반증에 시달리게 되면 나이가 들수록 관절이나 허리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을 의미하는 `무지`와 밖으로 휘어진 것을 의미하는 `외반`이 합해진 이름처럼 엄지발가락이 변형돼 발톱쪽은 바깥으로 휘고, 엄지발가락 중간 관절은 안으로 튀어나오는 증세다.

예전에는 버선발기형, 최근에는 하이힐 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10-15%가 통증을 느낄 정도의 `무지외반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증으로 통증을 느끼지는 않지만 미세한 발 변형이 온 경우를 합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약 90%가 무지외반증이라고 한다.

무지외반증 진단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15도 이상 휘어져 있을 경우 받게 된다. 초기 증상은 엄지발가락 안쪽이 돌출되고 빨갛게 변하며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초기에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와 함께 볼이 넓고 쿠션이 폭신한 보정신발을 착용하는 방법으로 휘어진 발가락을 교정할 수 있다. 통증이 심해진 이후에는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을 바닥에 딛지 않고 걷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엄지발가락이 역할을 하지 못해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신경이 뭉쳐 발바닥 앞쪽 부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발의 변형이 심해져 발바닥을 지탱하는 뼈의 배열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신발 착용 등 후천적 요인이 `주 원인`=무지외반증의 원인은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원인은 평발, 중족설상 관절의 과운동성, 아킬레스건 구축, 체중 증가, 쇠약한 내재근, 전신적인대 이완성이 있다.

후천적 원인은 하이힐 등 앞이 뾰족한 신발, 외상(두번째 발가락 절단)이 있다. 과거에는 보통 선천적으로 발볼이 넓거나 평발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신발 착용 등의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무지외반증`의 원인을 하이힐의 높은 굽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굽높이보다는 신발 앞쪽 폭이 좁은 것이 주 원인이다. 하지만 굽높이가 10㎝를 훌쩍 넘는 킬힐이 발 건강에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이힐처럼 뒷 굽이 높은 신발은 자연스럽게 체중이 앞 발가락으로 쏠리게 된다. 특히 앞 코가 뾰족하고 좁은 디자인은 발가락을 더욱 심하게 압박하고 다리와 발목에 부담을 준다.

△수술 통해 영구적 치료 가능해= 무지외반증의 치료에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사용된다.

보존적 치료는 발가락 사이 보조기 착용이나 교정 깔창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병의 진행을 늦출 뿐 궁극적인 치료는 아니다. 평소에는 낮고 편한 슬리퍼를 착용하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거나 직접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족부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엄지발가락의 내측 돌출부가 아플 때 △돌출부로 인해 오래 걷기 불편한 경우 △엄지발가락이 비틀어져 옆 발가락도 같이 비틀어질 때 △엄지발가락이 체중을 못받아 옆 발가락의 굳은살로 인해 통증이 있을 때 등이다. 이 경우 수술을 통해 엄지발가락의 뼈와 인대를 일자로 반듯하게 잡아주는데 엄지발가락뼈 일부를 잘라 바로 세우고 철심으로 엄지발가락을 고정하는 `절골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수술시 발목 부위에만 마취를 하는 부분 마취나 하반신 마취를 주로 사용해 마취에 따른 부담을 한결 감소시켰다.

과거에는 수술 후 6주간 깁스를 했지만 지금은 특수신발이 나와 수술 후 3일째부터 정상 보행이 가능해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없고 수술 후 6개월 후에는 하이힐도 다시 신을 수 있다. 또한 재발률이 1% 이내로 영구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오정현 기자

도움말 :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김준범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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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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