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는 다른 천재 작곡가들의 삶에 비해 그리 짧지 않은 삶을 살았고 많은 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교향곡에 있어서는 불과 네 곡의 작품만을 남겼다.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거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 거인은 바로 베토벤을 지칭한다. 그만큼 브람스는 스스로를 베토벤의 후예라 생각했으며 한편 베토벤의 아홉 개의 교향곡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쓰기 위해 최소한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자신의 첫 교향곡의 작곡에 쏟아 붓는 열정을 보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교향곡 1번은 세상 사람들이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 칭했으며 그 이후에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작곡을 마친 교향곡 2번과 3번에는 각각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 그리고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이란 별명이 붙었으니 브람스가 베토벤의 후예가 되길 진정으로 원했다면 완벽한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브람스 교향곡 3번 중 특히 3악장은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나왔던 곡으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이다. 아마도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만큼이나 유명하며 브람스 하면 떠오르는 음악 중 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교향곡과 비교할 때 그리 길지 않은 곡이지만 브람스 특유의 진중한 무게감 속에 배어나오는 아름다운 서정성은 마치 오래된 가구로 장식된 방을 연상시키며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방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것 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 교향곡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일부의 평을 듣기도 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처음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그 대신 세월이라는 또 다른 아름다운 색채를 가지게 된 가구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깊이 있는 음색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짙어가는 단풍의 숲 풍경과 같은, 쓸쓸하지만 그 심정을 토로하지 않으며 슬프지만 울부짖지 않는 절제된 서정의 아름다움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곡이다. 이제 가을비도 내리고 낙엽도 앞다투어 떨어지고 있는 가을의 끝자락에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을 들으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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