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축농증

고등학생 최 모(17)군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괴롭다. 어린 시절 심하게 감기를 앓은 이후 축농증이 생겼는데 그 뒤로는 감기만 걸렸다 하면 축농증 증세가 나타났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축농증 때문에 집중력을 갖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두통이 심해지며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친구들은 최 군에게서 '입냄새가 난다'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이 무렵, 감기와 함께 찾아와 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축농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축농증의 원인=축농증은 '만성 부비동염'이라는 또 다른 이름처럼 부비동 내의 점막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나 분비물이 고이는 질환을 말한다. 코 주위에는 4 종류의 뼛속 빈 공간이 있는데 이러한 빈 공간을 부비동이라고 한다. 부비동에서는 자연공이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환기와 분비물의 배설이 일어나는데 이 곳은 아주 좁고 복잡한 통로로 되어있어 경미한 감기나 세균의 감염으로도 쉽게 점막이 부어 오른다. 이로 인해 부비동이 제대로 환기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게 되고 염증이 심해지면 축농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부비동의 배출구를 막는 다양한 질병들이 축농증의 원인이다. 가장 대표적인 축농증의 원인은 감기와 알레르기성 비염이며 비중격만곡증, 외부자극, 해부학적 구조 이상, 폴립 등도 원인이 된다.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균에 감염되면 부비동 점막의 섬모운동장애로 점액이 고름으로 변하며 급성 부비동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이때 충분한 치료가 안된다면 재발로 인해 만성 축농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축농증의 증상=급성 축농증의 경우 대부분 급성 비염과 함께 발생하며 코막힘, 누런색 콧물, 가래가 걸린 느낌, 얼굴통증, 목으로 콧물이 넘어가는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코에서 악취가 나며 두통, 집중력 감퇴, 중이염, 기관지염이 생기기도 한다. 또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심한 기침을 유발하기 한다.

만성 축농증의 증상도 급성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이 장기화되며 권태감 및 집중력 상실 등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지속되면 기관지나 폐에도 영향을 미쳐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 등 전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계속되는 후비루(목뒤로 가래가 넘어가는 것)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위염까지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가벼운 부비동염은 감기가 나으면 함께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잔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코 안에 가득찬 범발성 물혹(비용)이 있는 경우에는 자주 재발 할 수 있으며, 장기간 항생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아 수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농증이 심한 경우 부비동이 눈과 뇌에 근접하고 있으므로 눈 주위에 봉와직염이나 농양이 발생할 수 있고 경막외 또는 경막하 농양, 뇌농양 및 골수염 등 무서운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축농증의 치료=세균에 의한 급성 부비동염은 항생제를 복용함으로써 통증, 열, 코막힘 등을 일으키는 감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또 단기 요법으로 비점막 수축제를 처방해 코의 점막이 부어 오른 것을 줄여주고 부비동의 배출을 도와준다. 계속적인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축농증이 수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입술을 들어서 수술하는 '상악동 근치수술'이 시행됐지만 현재는 '부비동 내시경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비강과 부비동의 미세한 구조까지 시야를 확보하면서 통증 없이 병변 부위에 국한된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소아의 경우는 약물요법이 원칙이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비강 내 비루를 배출시키기 위해 증상에 따라 항소염 작용을 지닌 국소적 스테로이드제제, 경구용 점막 수축제, 점액 용해제를 사용한다. 약물 치료기간은 통상적으로 적어도 3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에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 비인강 폐쇄를 일으키는 편도 및 아데노이드 비대가 있는 경우에는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시행해 코 호흡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

축농증 증세가 있지만 건강상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치료 없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병을 방치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축농증은 '재발이 잦고 완치도 안 되며, 수술하면 고생만 한다'라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사실 무근이다. 축농증을 방치하면 성인의 경우 항상 머리가 무겁고, 안면부 불쾌감, 구취증 등과 함께 업무능력 저하가 발생한다. 소아의 경우 축농증으로 인해 아이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교 성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편도 및 아데노이드 비대가 동반될 경우 코 호흡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항상 입을 벌리고 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하악의 발달이 더디게 되면 아데노이드형 얼굴 (멍한 표정의 얼굴) 등 안면 골격의 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정현 기자

<축농증 예방 생활습관>

1.청결한 생활습관을 유지하여 감기를 예방한다.

2.실내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습도를 유지해주며 환기를 자주한다.

3.외출 후 반드시 손발을 씻고 입안을 헹궈주며, 먼지가 많은 곳에 노

출되었을 때에는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비강을 세척해준다.

4.급격한 온도변화에 주의하며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신다.

5.코 점막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한다.

도움말=인승민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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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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